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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21. 2022

둘째의 등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너와의 찬란했던 순간을 다 기억할게.

19개월 된 둘째가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간다.


돌 전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이 몇 가닥 없어 반들반들했던 머리는 어느새 제법 머리카락이 촘촘하다. 저 작은 손과 에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는 게 너무 신기했었는데, 이제는 손 커지고 힘도 생겨 뭐든 잘 들고 다닌다. 쉽게 넘어지지 않을 만큼 발도 커지고 제법 두툼해졌다. 심지어 뛰어다니기까지 한다.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거 말고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많은 말을 한다.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거"라고 원하는 걸 짚 수 있고, 내가 "어부바"하면 따라서 "어부바"하고 말을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에 첫 페이지를 열면 "아함"이란 단어가 등장하는데 내가 펴기도 전에 "아함"하고 소리를 낸다. 밥이 먹고 싶은지, 우유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면 달려가서 손으로 가리켜 알려주고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고개를 저어 알려준다.


예전에는 낮잠을 자고 나서 내가 보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눕거나 앉아 울고 있었다.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뛰어나오면서 나를 찾는다. 그러고는 내 안기자마자 내 품에 고개를 파묻고 칭얼거림을 멈춘다.


자주 내 손바닥보다 작은 제 신발을 들고 와 "가~~ 자"하고 소리친다. "가자, 가자." 하며 현관으로 먼저 뛰어가는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나갈 때만 그런 게 아니라서 나가지 않을 때 "가자"며 들고 다니던 신발은 거실에 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고 두 짝 가지런히 소파 한쪽에 올려져 있기도 하다.


엄마, 아빠 소리를 한지는 오래되었는데 발음이 점점 더 선명해져서 깜짝깜짝 놀란다. 처음부터 뜻을 알아듣도록 발음해서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더 선명하게 날 부르다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만 싶다.


오리부터 호랑이까지 각종 동물들의 소리를 섭렵해서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호랑이와 야옹이가 제일 재밌는데 호랑이는 힘을 줘서 '어흥' 비슷하게 하고 야옹이는 힘을 뺀 채 호랑이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꼭 자다 깨서 목소리가 잠긴 호랑이 같다.


복숭이는 더군다나 요새 들어 티브이도 본다. 바나나 차차와 소방차와 경찰차, 상어 가족, 아기곰 같은 동요를 좋아한다. 첫째 복덩이 때는 티브이도 최대한 늦게 보여주고, 음식도 이것저것 가려서 먹였지만 둘째 복숭이는 그런 게 없다. 형아가 먹다가 접시에 잠시 내려놓은 간식을 형아 눈을 피해 맛을 보고, 형아가 재밌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잠깐 딴청을 피우면 손에 쥐고 웃으며 달려간다. 뺏길까 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진다. 그때만큼은 짧은 다리지만 아주 재빠르고 지은 표정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만족스럽다.


인사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두 손을 흔들며 "안녕, 안녕"하는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경쾌하게 한다. 현관문 소리가 들리면 제일 먼저 뛰어 나가 반갑게 인사를 하니 집에 들어오는 모두가 활짝 웃는다.


아이를 재우면서 내가 "자야지?" 하면 눈을 감지도 않으면서 "코~~~"하는 소리를 내며 자는 척을 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볼을 깨물고만 싶다.


고개를 살짝 꺾으면서 내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날 바라볼 때면 그 사랑스러움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에 매달리기도 하고 "안아. 안아"하며 자신을 안아달라 팔을 벌릴 때면 백 번, 천 번이고 안아 고 싶다. "사랑해요" 하면 두 손을 머리에 올리고 하트를 만들기도 한다.


똥을 누고 나서는 내게 달려와 다리에 매달리는데 자신의 불편함을 알려주어 무척이나 기특하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말이다. 이쯤이면 어린이집을 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첫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그때는 이 어린 걸 내게서 떼어놔야 한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걱정도 한가득이었다. 보낸 후에도 한동안은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눈물 글썽거렸었다. 그런데 아이는 나보다 적응이 빨랐다. 어린이집에 다녀올 때마 점점 더 성장한 게 느껴졌다. 새로운 무언가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아직 하지 않았던 말도 배워왔다. 나는 그 모든 걸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아이의 변화가 내 걱정을 점점 내려놓게 해 주었다.


19개월 된 둘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아이지만 그곳에 가서도 제 몫을 해낼 것이다. 신기하고 재밌는 게 더 많은 그곳에 가서 "이거, 이거"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탐색할 것이고, 친구들을 만나 함께하는 놀이의 재미도 알 게 될 것이다. 가끔씩은 돌봐주시는 선생님 곁으로 가서 내게 그랬던 것처럼 고개를 꺾으며 재롱을 부릴 것이고, 두 손을 들어 올려 하트를 만들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며 나는 매일 걱정을 조금씩 고있다.


며칠 전, 전화 상담을 한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과의 내용도 떠올려 보았다. 말을 잘 못하는데 적응할 수 있겠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아이들은 다 합니다. 어머님보다도 더 빨리 합니다. 적응을 못 하시는 건 오히려 어머님들입니다.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하셨다. "아이는 와서 신나게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어머님들만 걱정이 되셔서 가지도 못 하고 밖에서 눈물을 훔요." 하 덧붙이셨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예전에 내 모습이 떠올라 뜨끔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이번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잘 지낼까 걱정하는 대신 아이가 새로 탐색해나갈 세상을 함께 기대하며 기뻐해 줄 것이다. 그리고 다녀오면 언제 떨어져 있었냐는 듯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그전처럼 책도 많이 읽어주고, 밥을 먹으며 흐르는 국물을 닦아주고, 안아 주고, 업어주고 그렇게 지낼 것이다. 


나는 작고 귀여운 아기지만 아이의 속에 내재되어 있는 내면의 힘을 믿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잘 지낼 것을 믿는다. 아이가 나보다 더 빨리 적응한다는 그 말을 믿 것이다. 내가 불안에 떨어, 이가 내 불안을 눈치채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내 편안한 마음이 아이에게도 전해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도 편안하고 즐겁게 잘 지낼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한 19개월은 내게 천국이었다. 단 한순간도 아깝지 않은 순간이 없을 정도로 그 모든 시간이 다 소중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예뻤고, 팔이 아픈데도 안아달라 보채도 예쁘기만 했다. 을 먹으면서 침이 흐르는 걸 닦아줄 때도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서 좋았다. 침이 묻은 채로 내게 볼을 비벼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아이를 안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아이의 반짝이고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볼 수 있어 감사했다.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는 게 늘 자랑스러웠고, 기뻤다. 아이는 언제나 봄처럼 내게 희망 가득한 존재였고, 희망 그 자체였다. 다른 기적은 바라지도 않을 만큼 아이와 보내는 일상이 다 기적 같았다.


는 그동안 함께 보냈던 아이와의 시간을, 그 모습을 하나도 잊지 않고 다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소중하게 담아둘 것이다. 그리고는 앞으로 겪게 될 아이와 나의 모든 날들을 격하게 응원할 것이다.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 자주 아이를 생각하겠지만 미소를 지으며 기쁜 생각을 할 것이다. 어여쁜 생각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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