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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May 07. 2021

바다가 좋은 건

자작시

바다가 좋은 건

모래를 집어삼킬 것 같은 파도가

모래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는 거여서 일지도 몰라.

모래는 둥글어서

스스로는 도무지 긁을 수가 없거든.

모래가 밟히면서

지그덕 지그덕 내는 소리도

온몸을 지압해줘서

너무 시원해서 내는 소리일지도 몰라.


바다가 좋은 건

잔잔한 파도

세찬 파도도

해변으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보내서일지도 몰라.

이 곳에서만큼은

너무 가까워서,

너무 멀어서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바다가 좋은 건

갈매기가 끼룩끼룩

내 대신 울어주며

저 넓은 바다를 향해 자유롭게

비행해서 일지도 몰라.

나도 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음 싶고

날개가 없어도 날았으면 싶으니까. 


바다가 좋은 건

코를 찌르는

바다내음에

몸이 부르르 떨리며

가슴까지 저릿해오는 데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서일지도 몰라.

그래서 제까지고 코를 킁킁거리

저릿한 채 서 있을 수 으니까.


바다가 좋은 건

모래를 밟는 것만으로도

모래를 묻힌 채

놀 던 그때가 기억나서 일지도 몰라. 

수많은 기억들이

차곡차곡 블록처럼 쌓여있다가

바다를 보는 날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와.

그리움처럼.

발바닥에 붙어서 다시 차에 타기 전에

털어내지 않으면

집에까지 쫒아와 마음을 출렁거려. 그러니까 모래는 꼭 털고 타야 해.


바다가 좋은 건

바라볼 때

더 깊숙한 곳

덜 깊숙한 곳

높낮이를 색으로 그려내서일지도 몰라.


바다가 좋은 건

수평선과 하늘이

파랗게 만나

끝없이 끝없이 뻗어나가서 일지도 몰라.

렁이는 파도만이 그 끝을 알고 있겠지.


바다가 좋은 건

손, 발 담가 보지 않아도

마음까지 시원해져서일지도 몰라.

시간이조금 지나더라도

식기는커녕

내 체온만큼 따뜻함이

다시 차올라.


바다가 좋은 건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릴 맞아줘서 일지도 몰라.

슬픈 날은 슬프게

기쁜 날은 기쁘게

그때마다 자신의 속살까지 다 내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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