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여름이다. 어느새 종일토록 창문을 열어 놓아도 되는 계절이 왔다. 잠을 잘 때도 방문과 창문을 마주 열어두어 바람이 제 길을 따라 자연스레 흐르도록 한다.
참 다행이다. 아직은 밤기온이 견딜 만한 것이. 열 시 반, 창밖엔 진즉부터 짙은 어둠이 깔렸다. 습관처럼 등을 끄고 이른 잠을 청한다. 열어둔 창 너머 세상은 어둠을 즐기려는 낮과는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된다.
약간 서늘해지는 공기를 느끼고 턱 밑까지 이불을 끌어올린다. 낮동안 동동거렸던 몸도 이것저것 놓칠세라 긴장하고 서댔던 마음도 가벼운 솜이불에 눌려 조금씩 차분해진다. 잠으로 빠질 듯 빨려들 듯 무료해지는 시간의 터널은 늘 길기만 하다.
그런 시간들이 너무 길어져 괴로울 때도 있지만 유난히 편안하게 다가와 실컷 즐기고 싶어 욕심을 내게 되는 날도 간혹 있다.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소음들에 섞여 유년시절 한때나마 친숙했던 소리와 풍경들이 액자에 담긴 그림이 되어 하나씩 다가왔다.
간간이 어린 고양이 소리가 뒤엉켜서 들리고 비가 멎었는지 아스팔트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잠잠하게 귓전으로 다가왔다가 멀어져 간다.
한 여름날, 날품을 팔고 늦어지는 부모님을 대신해 울 안 텃밭에서 자라는 어린 상추를 뜯어 냉국을 타고 별스런 찬거리가 없어 양파를 썰어 빨갛게 볶아서 먹었던 그때. 밤이면 넓지도 않은 마당 한편, 대문 앞 담장 아래에 아버지는 종종 멍석을 깔았다.
화장실 쪽 작은 텃밭 앞에는 모깃불을 피운다. 어둠 속으로 길게 솟구쳐 오르는 하얀 연기는 먼 미래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지 하늘을 향해 길게 퍼져 올랐다.
어떤 날에는 보리밥에 연한열무와 애기상추를 대충 꺾어 넣고 잘게 다진 양파가 빽빽한 강된장을 건더기만 건져 넣고 넓은 양재기에 썩썩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