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하늘에 달구슬처럼 걸려있는 새벽별이
조용히 발끝으로 걸어 나온 어머니에게 살풋하게 인사한다
밤새 가만히 어머니를 기다린 갈색두루미를 꼭 닮은 두레박펌프 머리위로
밤새 사랑별 총총한 밤하늘을 담고 있던
물 한 바가지를 부으신다
물 한 바가지로 우리 집의 생명은 시작된다
아직 아침해를 내어주지 않은 하늘을 향해
배곯지 않게, 다치지 않게, 사랑을 빚는 어머니 고운 두 손에서
부어지는 두레박 마중물은,
오늘 우리 가족 양식 가마솥 고슬 밥이 되어주고
우리 집 외양간 금순이 밤새 해갈해 주는 먼물이 되어주고
논을 가다루고 온 우리 아버지 멱을 시원하게 감아주고
할미와 오순도순 사는 착한 순이누나 물동이도 찰랑찰랑 채워준다
언제나 담담히 헤아림 없이 살림길을 열어주는
마음 좋은 두레박펌프
딱 한 바가지물만 주었는데
두레박은 달구비처럼 온종일 단물을 내어준다
한 바가지 물만 받아놓고는 바다만큼 준다
속도 없는 신비한 두루미두레박
나는 너에게서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마셔놓고도
손 내밀지 못한 후회를 헤아릴 수 없이 쌓았구나
딱 마중물 한 바가지만큼이면 됬는데
그랬으면 내가 쌓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후회만큼
이곳저곳에 신비한 두루미두레박들이 날아앉아
사랑의 숨결을 꽐꽐 품어 올리고 있었을 텐데
내 지나온 모든 세월 발자국마다 필요했던 건
그저 먼저 내어주는 한 바가지 마음뿐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