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vs 안정감
예비신랑과 일요일 저녁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첫 번째 가게, 두 번째 가게 모두 예약으로 인해 꽉 차 결국 세 번째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알고 보니 12월이라서 사람들이 한창 소개팅을 하는 시즌이라 분위기 좋은 곳은 예약이 꽉 차 있더라
세 번째 간 식당도, 절반이 예약석으로 차 있었고 겨우겨우 워크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주변에는 세 커플이 소개팅을 하고 있었는데,
벌써 5년 차인 우리는 곁눈질로 소개팅하는 사람들을 몰래 훔쳐보면서 “ 저 커플은 안될 거 같아, 어머 남자가 늦게 오면 어떡하니“ 라며 온갖 주책을 떨었다.
항상 이렇게 주책을 떨었는데 이제 결혼을 앞둔 시점에는 그때와 다른 느낌이 올라왔다.
연애초반에는 소개팅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희는 아직도 짝 찾고 있니? 나는 연애하고 있는데의 우쭐감과
나도 딱 12월에 소개팅했던 때가 있었는데,
맨날 모르는 상대와 밥 먹고 잘 안되면 현타 오던 그 느낌 알지알지 하며 동질감을 느꼈었다
근데 이제 결혼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이제 나는 소개팅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설렘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구나의 쓸씁함이 들었다.
이제 설렘을 느끼려면 바람 아니면 할 수 없는데,
그래서 나는솔로나 돌싱글즈 티비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나 보면서 다른 곳에서 도파민을 찾아야 하는구나
이래서 어렸을 때 남자 많이 만나보라는 거구나
예전에는 많이 만나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사람 하나만 만나는 게 좋은 거다 생각했는데
아니다.. 많이 만나보는 게 좋은 거 같다,
내가 더 이상 설렘을 느낄 수 없을때마다
과거의 여러 설렘 추억들을 떠오를 수 있는 거니까
이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나처럼 모두 7년, 10년 장기커플이었던 그녀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더라
아직 결혼을 안 한 그녀들이지만,
이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날 계획은 없으니
결혼을 하면 이 사람과 할 텐데
더 이상 연애초반에 느꼈던 설렘을 영영 못 느낀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고 하더라,
한창 소개팅을 하고 있던 친한 오빠가
너 기만이다라고 했었는데,
아니다 진짜 부럽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그 초반의 두근두근대는 설렘과
그리고 합법적으로 계속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게 너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