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청첩장모임

청첩장모임을 하기 위해 청첩장모임에 가야 하는,

by 정해오름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 청첩장 모임에

딱히 간 적이 없었다,


결혼식에 안 갈 거라서가 아닌,

결혼식에는 갈 거지만 굳이 여러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 끼기가 싫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누구보다도 청모(청첩장모임)에

열심히 간다…

다른 사람의 청모에 가는 이유는

그동안 연락 없다가 갑작스럽게 사람들한테 연락하기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얼굴을 자연스럽게 내비쳐야지

나중에 연락하기 자연스러우니까,


되게 속물적인 생각인데 청모에 참석하면

나와 같은 생각으로 청모에 나오는 비슷한 연령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래서 품앗이라는 건가 싶다 ,,



결혼당사자에 서운할 때

친한 친구의 청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결혼 당사자가 서운할 일들이 많이 생긴다

(예를 들자면, 청모에 사람들이 잘 안 온다거나

청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 당일에 안 온다거나)


근데 결혼당사자에게 서운한 일도 생긴다

내가 그랬다,

인스타를 하다 보면 남의 사정도 잘 알게 된다.

쟤보다 내가 더 결혼당사자랑 친한 거 같은데,

쟤는 오마카세 사줬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거 뭔가 말하기 쩨쩨한데 서운하다


쟤한테는 저거 해줬는데 나는 왜 안 해죠?

내가 너랑 더 친하잖아!

프사도 왜 쟤랑 찍은 거만 올리니?

참 나잇값 못한다는 생각이지만 서운하다




결혼당사자가 서운할 때

결혼한 친구가 지방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장문의 카톡을 받게 된다

[우리가 10년 이상 알고 지냈는데 결혼식 끝난 이후에 감사인사 한통 없다니 서운하다]라는 내용이었다.


신혼여행에서 물론 쉬다 왔지만,

오자마자 시댁도 가고 바로 회사에 복귀도 하면서

정신이 없었다 하고 급히 사과를 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메시지를 돌리기 위해 축의금 내역을 보다가,

서운하다는 장문의 카톡을 보낸 친구의 축의금액을 알게 되었다,


십만 원.


물론, 십만 원이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 청모에서 오마카세를 사주고

지방까지 오느라 힘들 테니 기차비도 내줬다


근데 십만 원..?!

내가 더 서운하다는 친구의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서운함를 카톡으로 토로한 친구가

멀리 지방까지 가서 내 시간을 할애하여 축하했는데 감사메시지 하나 없다는 것에 서운한감정 이해된다


그렇지만, 그건 만나서 해야지


카톡에 두고두고 남겨서 읽는이가 두고두고 곱씹게 할 필요는 없는거 같다,


그리고 10만 원 낼 수 있다, 적지 않는 금액이다

근데 10년의 우정을 강조하면서 서운하다고 토로하기에는 적은 금액 같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데 카톡이나 문자같은 글로 영원히 남길 수 있는 방식으로 서운함을 토로하지는 말아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결혼 전에 명품백 장만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