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 중요할까 씨앗이 중요할까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나는 장을 보러갈 때 몇백원 아끼려고
과일은 길 건너에서,
야채는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고기는 지하 마트에서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장을 봤다.
당장 한 푼이 아쉬워서 아이 장난감, 전집, 옷 등
중고로 사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물론 다시 야채 마켓에 되팔기도 많이 해봤다.
아이가 쓰는 것은 모두
아끼고 싶지 않은게 부모 마음이지만,
한번씩 중고 거래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싸게사서 너무 좋다.'라는 생각과
'새 거 사줄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던 적도 많다.
그러면서 속으로 많은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돈만 많았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잘키울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서 하나 든 생각은,
"진짜 내가 돈이 많이 있기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건가?"
생각해보면 밭이 아무리 좋아도,
씨앗이 튼실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
예를 들어서
한 아이의 텃밭이 황금 텃밭이다.
그런데 정작 씨앗에 물이 가득 차 곰팡이가 쓸어있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갖고 있는 씨앗이 튼튼한 아이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작지만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돈이 많으면 당연히 씨앗을 가꾸는 사람도 뽑고
키우기 수월해지는 것은 맞다.
그런데 그것이 씨앗이 튼튼하다는 뜻은 아니다.
잘 키운다의 해 답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
그래서 나는 그 날 결심했다.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아이에게 해주자고 다짐했다.
그 결심은 그 뒤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다.
아이가 원하는게 뭔지 더 관찰하게되고,
내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아이의 매일을 찬찬히 관찰하고 있으면,
사실 아이가 뭘 원하는지가 보인다.
-
나는 책을 두질 세질 사주지는 못했지만,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에 가서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리조트, 레고 랜드, 호텔 수영장에 데려가주지는 못했지만
매주 공원을 돌며 사계절 자연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아이의 씨앗을 더 튼튼하고 단단히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
나는 참 지독히도 평범하지만 꾸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에게 꾸준히 말해주고 보여줄 수 있었다.
너가 심을 수 있는 씨앗이 이렇게 많다고.
그러니 천천히 보라고 알려주고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평범한 엄마 밑에서 비범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
-
밭이 아무리 영양가 넘쳐도
씨앗이 썩었다면 꽃이 피지 않는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물 잘주고 정성껏 돌보면 작은 꽃을 피운다.
-
남과 비교하는 순간
우리의 인생은 불행해집니다.
그리고 그 비교하는 마음은
저절로 내 아이에게까지 흘러간다.
우리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 해야한다.
아이의 씨앗이 더 단단해질 수 있게,
오늘의 물주기를 절대 까먹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