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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Sep 27. 2023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3

서언 3

이 책은 시장 상황을 어림짐작해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 형식에 정통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작품이 잘 팔리고 어떤 작품이 안 팔릴지, 아니면 어떤 작품이 대실패가 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줄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히트작을 생산해 냈던 것과 똑같은 상업적 계산으로 만들어낸 영화들이 대실패를 기록하는 반면에 상업적 예언자들이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열거한 사항을 그대로 다 써서 만들어낸 듯한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들인 ‘보통 사람들’, ‘우연한 방문객‘ , ’ 트레인스포팅‘은 소리 소문도 없이 국내외의 매표소를 점령하고 있다.


우리의 예술 형식에서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뚫고 들어가기, 제대로 해내기, 창조적인 방해 등을 놓고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들에 대한 솔직하고 할리우드다운 대답은, 당신의 작품이 좋기만 하다면 에이전트를 고용한 후 작품을 팔고 그 작품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뛰어난 재능의 성취를 위해 당신이 지닌 모든 정력을 쏟아붓는 것이 좋다. 에이전트에게 보여준 당신의 작품이 아주 뛰어나고 당신만의 독창성이 있을 경우, 그들은 당신을 대행하는 권한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고용한 에이전트는 제대로 된 이야깃거리에 목이 말라 있는 제작자들 사이에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합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그중의 승자는 당신에게 황당할 정도의 거액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제작에 들어갔을 당신의 시나리오가 훌륭한 완성품이라면 놀라울 정도로 적은 간섭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양한 개인들이 잘못 모였을 경우에 잘 써진 대본을 망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배우들과 감독들은 자신들의 경력이 훌륭한 대본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한편 이야깃거리를 향한 할리우드의 게걸스러운 먹성 때문에 채 무르익지도 않은 대본이 선정되어 촬영장에서 수정을 강요당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는 작가들은 초고를 팔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가능한 한 바로 연기자와 감독들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탈고를 거듭한다. 잘 마무리되고 무르익은 작품이 그 자체로 완전함을 보여주는 반면에 채 마무리되지 않은 작품은 간섭만을 초래할 뿐이다.(14-16 쪽)

위의 사진은 미국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만들지 않은 영국의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한 장면이다. 어빈 웰시의 소설을 각본으로 만들어 찍은 영국인들 뿐만 아니라 구미의 젊은이들이 애호하는 영화이다.  상업적 의도와 상관없는 예술적 성향을 지닌 이 영화가 2편까지 제작된 것은 소설이나 시나리오가 가진 예술적 형식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과연 보편적 영화 예술의 형식이 존재하는가 하는 미학적 질문이 생겨날 수 있다. 예술의 제작과 효과에 관한 논의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근대 칸트의 ‘판단력 비판’ 그리고 딜타이의 ‘시학’과 현대 하르트만의 ‘미학’ 더 나아가 보드웰의 ‘영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적을 통해 예술 창작의 원리를 깨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학문의 이론이지 실제 내가 가진 고유한 체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거나 읽는 것이 높은 예술적 시각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훌륭한 화가나 스토리텔러 혹은 창의적 작가는 대량생산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창의성이 천성에 유래하는지 아니면 노력에 비례하는지 혹 시대적 전환기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이 필요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조금 가볍게 생각하면 내가 즐겨보던 영화들 속에서 공감을 느끼는 소수의 영화에 내재한 스토리가 마음속에 공명을 일으켜 나로 하여금 1인 크리에이터, 즉 나만의 시나리오를 써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 그 시나리오를 보고 ‘번지점프를 하다’, ‘봄날은 간다‘, 호우시절’과 같은 한국 영화 애호가들에게 오래 회자되는 영화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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