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사리아 Mar 08. 2022

언어의 온도

6주간 글짓기 수업을 들었다. 나를 포함하여 6명이 모인 작업실에서 수업을 시작할 때 작가님은 항상 첫 말문을 "식사는 하고 오셨어요?"로 열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질문에 늘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먹고 왔다는 대답을 했다. 아침은 항상 대충 챙겨 먹는 나는 그 질문이 어쩐지 멋쩍었다. 자신을 제대로 챙기고 있지 않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님의 의례적인 말버릇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적당한 대답으로 분위기를 맞췄다. 마음으로는 매주 물어보지 않아도 먹을 사람은 먹고, 먹지 않을 사람은 안 먹어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다가 그 질문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_내가 발 디디며 살아온 삶에서 밥이라는 건 사랑이라는 단어와 맞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지 않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가족들은 밥 같은 무언가를 내어주기 바빴다._


작가님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우리에게 애정 어린 말을 전한 것이다. 나는 그 애정을 알아차리기는커녕 그 순간조차 참 못나게도 다른 이에게 비칠 완벽하지 못한 나의 습관만을 자책했다.

언어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반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본성을 자극한다. 누군가에게 상투적인 말이 누군가에게는 애정이 될 수 있듯, 말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같다.


나는 어떤 말들을 하고 살고 있는 걸까. 내가 글을 쓰고 싶은 건 많은 이들과 공감을 하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런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내 삶과 나만이 가진 의미를 말로 전했을 때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끝없는 불안은 또다시 나를 찌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쁠 건 없다. 나는 하나를 깨달았고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언젠가 나의 언어로 누군가를 보듬어줄 수 있겠지. 당신의 글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미약한 내가 작가님의 말을 빌려 당신들에게 애정을 전해 본다.


"식사는 하셨어요?"

든든하게 먹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해 봐요, 우리.

매거진의 이전글 3월의 당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