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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리아 Mar 20. 2022

칼 끝

칼 끝이 나의 심장에 맞닿았다.

자칫 몸을 틀면 날카롭게 파고들 것만 같은 그것은 너의 차가운 눈빛과 닮았다. 우리 서로 사랑할 때 이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것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너의 눈빛이, 나를 버리고 떠난 순간 표변했다. 너는 이 세상에 무서울 것 하나 없던 나를 순식간에 겁쟁이로 만들었다. 너와 헤어진 이후로 언제든 내 심장을 도려낼 준비를 해야 했다. 더는, 그토록 사랑스럽던 너의 입이 내뱉을 아픈 말이 내 심장을 난도질하게 둘 수 없었다. 그대로 둔다면 내가 찰나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너를 사랑하지만 너로 인해 죽고 싶지 않다. 내 목숨이 아까운 것이 아니다. 고귀한 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내 사랑을  그렇게라도 지키고 싶다.


도려낸 심장은 내 몸 밖에서 계속 뛸 것이고,

나는 그 심장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텅 빈 공간에 너와의 추억을 심어두면 숨은 쉴 수 있을 테니. 빈 송장이 된 채 너의 나로 그렇게 끝까지 남겠다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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