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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리아 Apr 01. 2022

가시

장미가 내게 물었다.

자신의 가시에 찔리면 그렇게나 아프냐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장미는 짐짓 슬픈 몸짓으로 하늘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답다 환희하지만 온전하게 나의 가시까지 사랑해주지 않는 거냐고.

모두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거나 아름다운 꽃송이만 두고 가시는 모두 떼어버린다고 했다. 장미는 가시를 뜯긴 부분이 아려 늘 잠을 이룰 수 없다 했다.

나는 뭐라고 답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위로의 말을 했던가, 진실을 말했던가.

장미 아닌 작약을 좋아하는 나 역시 가시의 존재를 외면했다. 닿지 않아야 찔리지 않는다. 섣부른 손짓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장미를 밀어냈다. 나는 작약을 좋아한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새벽녘 남몰래 다시 장미를 찾았다.

밤새 울었는지 꽃잎엔 방울방울 눈물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단숨에 내달려 장미를 끌어안았다.

온몸이 가시에 찔려 피가 흘렀지만

나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가시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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