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사리아 May 03. 2022

새벽의 인스타그램

새벽의 인스타그램은 마치 내 현실과 같아.

현실의 새벽과 닮았다는 말이야.

1시를 기점으로 점점 피드가 줄어들어 새로 올라오는 게시물이 차차 적어지더니 까만 새벽이 되면 멈춰버리지. 모두가 잠을 자는 것인지, 아니면 나처럼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즐기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잔잔한 노랠 들으며 이것저것 혼자 바스락거리다가 무료해지면 인스타를 켜는데 세상이 멈춘 듯 이 작은 네모 상자 안도 멈춰진 상태야.


이상하게도 말이야,

그러면 갑자기 정말 외로운 기분이 들어.


이 큰 우주에 나 혼자 뚝 떨어져서 중력 없이 흘러 흘러 어딘가로 버려지는 기분이 되지.


하루는 그런 기분이 너무 허망해서 누군가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고양이에 관한 글을 올렸어.

별일 아닌 척, 나 심심해서 그래요, 하면서.

게시물을 올리자 지인이 바로 좋아요를 하나 눌러주더라.

솔직히 눈물이 날 뻔했어.

어쩐지 그날은 정말로 외롭고 혼자 깨어있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싫었거든.


상대는 그 순간 나에게 작은 구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거야. 몰라도 좋아.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고마워. 너무나도 타이밍 좋게 당신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걸 알려줘서.


당신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있잖아,

누군가 외로운 새벽을 보내고 있다면 이야기를 들려줘. 내가 좋아요를 누르러 갈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