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호 1: 남극에서의 크리스마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낼까?

by 국제방랑청년

고국에서는 두꺼운 코트와 장갑을 끼고 따뜻한 오뎅국물을 즐기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 남극은 한창 여름이다. 장보고 과학기지 주변에는 해방과 빙하가 녹고 있어 생명활동이 활발하다. 웨델물범은 부두 근처에 모여 쿨쿨 자고 있고 기지 앞으로 찾아오는 아델리 펭귄의 무리가 많아지고 있다 (펭귄 서식지는 기지에서 매우 멀다). 또 근처 바위지대에서는 남극 도둑갈매기의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고 있다.


해빙에서 쉬고 있는 어미와 새끼 웨델물범


우리 인간들한테는 연구하기 좋은 계절이다. 지식의 지평선을 넓히고 싶어 남극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우리 장보고 과학기지뿐 아니라 주변 기지들에도 많다. 장보고 과학기지에만 해도 크리스마스에 체류 인원이 약 80명 정도 됐다. 쉴 때는 쉬고 즐길 때는 즐겨야 질 높은 연구를 할 수 있다. 월동연구대는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다.


월동연구대가 입남극한 11월 7일과 11일 이후부터 강행군이었다. 인수인계, 각종 하계연구지원, 주변기지와 교류, 기지보수업무, 공동업무, 그리고 쇄빙선 아라온호 보급과 하역 등으로 12월 20일 전후까지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참고로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의 여름에는 주말이 거의 없다. 남극 연구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거나 시야가 좋지 않을 때는 야외에 나갈 수가 없어 날씨가 좋을 때 현장 활동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여름이 끝나고 극야가 찾아오면 연구활동을 거의 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여름에는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보급을 위해 장보고 과학기지 앞 해빙에 정박한 쇄빙선 아라온호


체력 소모가 꽤 큰 하역 작업


12월 25일은 원래 휴무이기는 하나, 월동대장님께서 고생한 대원들에게 23일과 24일에도 특별휴무를 주셨다. 우리 월동연구대는 아라온호 하역이 마무리될 무렵부터 연말 준비를 했다. 식당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전구를 장식했고, 크리스마스 파티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식자재도 열심히 정리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여러 이벤트가 열린다. 각종 대회(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당구, 탁구, 스크린 골프), 단체 게임 (빙고 등), 영화감상 (에잇 빌로우: 남극에 두고 온 썰매견들에 관한 이야기), 아나바다,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등 준비할 게 많았다.


식당에서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준비 중


우선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파티가 열렸다. 셰프님들이 특별히 준비해 주신 스테이크와 와인을 즐기며 (주량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악기 공연도 감상하고 생일 파티도 진행되었다. 남극에서 맛보는 첫 와인과 스테이크는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에,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의 땀과 셰프님들의 손맛이 녹아있는 맛이라고나 할까.



현재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는 여러 팀이 있다. 우선 우리 월동연구대, 하계연구팀(우주과학, 동물행동, 수중탐사, 빙하 등), 국토지리정보원, 남극 내륙탐사단, 그리고 공사팀이 현재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각자 업무를 수행 중이다. 종목마다 각 팀별로 자유롭게 지원을 받아 대결 구도를 짰다. 남극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 많아 모든 종목에 각 팀별로 고수들이 많았다. 덕분에 대회가 더 뜨겁게 달아올랐고 관전자와 선수들 모두 재미있게 즐겼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부터 당일까지 얼마나 재미있게 보냈던지, 이렇게 정신없이 놀았던 적도 참 오랜만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 이상이었다. 대회 열기가 뜨거워 계획했던 빙고 등 게임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새해 때는 우리 전통 놀이 위주로 대회가 열릴 계획이다. 이번에 아쉽게 진 팀들을 위해 리벤지 매치도 열릴 계획이니 새해도 기대가 된다 (우리 월동연구대는 스타크래프트 리벤지 매치에 대비해 특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남극에서의 첫 번째 혹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크리스마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지에 놀러온 아델리 펭귄
이전 04화남극 월동연구대 지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