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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다 Jan 08. 2024

나의 보금자리, 나의 집

  어릴 때, 주로 부모님의 다툼 소리와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이라는 공간이 싫어질 때마다, 어서 어른이 되어서 독립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 멋대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성인이 되고 나서도 독립을 하게 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줄곧 경제적 이유를 핑계로 미루어오던 독립을 드디어 결심하고 동생과 함께 짐을 싸서 집을 떠나던 날, 두려움과 해방감이 동시에 들었다.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해 딱히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저 가지고 있는 예산에서 둘러본 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집으로 월세계약을 하고 입주했다. 9평 남짓한 원룸에 거의 옷가지밖에 없는 짐을 풀었다.


  처음으로 남의 집이지만 내 집이기도 한 오묘한 공간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게 되면서 겪는 일들이 참 새롭고 당혹스러웠다. 살림을 꾸리는 데 이렇게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식기류, 화장지, 식재료 등등 모든 게 다 돈이었다. 가난한 내 월급으로 잘 계산해서 꾸려나가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쓸데없는 소비로 돈을 써버리다 보니 돈이 모이질 않았다. 그래도 돈이 주는 어려움 외에는 독립한 뒤에 누리는 자유가 편안했다. 더 이상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배경음과 같은 소리들이 들려오지 않고, 집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자유로우며,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어릴 때 꿈꿔온 것처럼 예쁜 벽지로 방을 도배하는 등의 행동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벽지에 표시가 나지 않게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엽서, 포스터 등을 붙여서 벽을 장식했다. 딸랑거리는 도어벨도 걸어두고, 햇볕이 비치면 다채롭게 빛나는 썬캐쳐도 걸어 두었다. 2년여를 그곳에서 보내고,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 조금 더 넓은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공간이 넓어지니 그만큼 물건도 좀 더 여유롭게 배치할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맞고 한편으론 틀렸던 것이, 언제나 공간 대비 짐은 늘어나고 빽빽하게 공간을 차지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집안을 장식할 아이템들을 좀 더 배치할 수 있게 되어서 두근거렸다.


  소품샵들을 탐색하면서 집안을 장식할 크고 작은 아이템들을 수집했다. 벽에 붙일 포스터들도 좀 더 구비하고, 무엇보다 조화를 많이 구입했다. 살아있는 식물이 당연히 예쁘고 생동감 있을 터이지만, 식물을 잘 죽이는 손을 지니고 있는 나에게 있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예전에 비해 조화도 꽤나 그럴싸하게 출시되어서, 집안 곳곳을 덩굴처럼 장식하고 조화 화분까지 들여놓았더니 꽤 그럴싸해졌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사고 싶은 것들이 또 한가득이다. 내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요새는 게으름이 심해져서 집안은 먼지와 잡동사니들이 쌓이기 일쑤이다.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 집을 쓸고 닦아야 하는 새해가 되었다. 새해에는 내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 공간에서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소중한 기억들이 집안 곳곳에 물들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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