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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다 Jan 15. 2024

화해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의 문제와 성과에 대한 우려로 동생과 계속 씨름을 해왔는데 유독 감정이 몰아치는 날이었다. 동생과 한바탕 다투고 사과하고 화해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무엇에 이렇게 쫓기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매번 잘 해야 한다는 강박과 정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치를 떠는 걸까. 나는 고집이 센 듯하면서도 엄청난 팔랑귀로 갈팡질팡하고는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마음을 바꾸고 바꾸고 바꾸다가 혼자 진이 빠져버린다.


 중학교 1학년 때 유난히 공부를 게을리 했던 시기에 성적이 크게 떨어졌던 적이 있다. 엄마에게 성적표를 보여주고 크게 혼이 나고 너는 밥을 먹을 가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번에는 성적을 다시 끌어 올렸고 칭찬을 받고 그 다음에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 노력하고. 그런데 그게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칭찬은 나를 옭아매는 밧줄과 같았다. 매번 초조했다. 시험기간이 되면 울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엄마의 바람은 어느정도 이루어주었을지 몰라도 나의 바람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예전의 습관대로 계속 나를 몰아대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건지. 나는 항상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 하는데 그게 나를 자꾸만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잃고 내가 무엇을 바라고 언제 행복해하는지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동생과 화해를 하고 우리는 나들이를 나갔다. 느즈막이 들른 작은 서점에서 고수리 작가님의 책을 만났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며 이해하고 사랑하려 하는 저자의 마음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왔던가. 때로는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자주 냉정하고 무감각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고 자꾸 차가워지던 마음.


 이제는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을, 더 나아가 마주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좀 더 이해와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과거의 나를 벗어나서 과거의 습관들을 떠나보내며 그렇게 그냥 책상 한켠에서 차를 마시며, 책에 밑줄을 그으며 마음이 데워지는 기분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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