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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다 Jan 20. 2024

기록하고 싶은 이유

 마음이 불안할 때는 단 게 먹고 싶어 진다. 나는 당뇨 전 단계의 몸상태여서 단 것을 주의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나름 음식을 고를 때 성분표를 체크하며 조심하려고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으레 단 것을 찾게 된다. 그럴 때면 단 과자나 케이크보다도 달고 시원한 음료가 더 당긴다.

 예전에 특히 좋아했던 음료는 죠리퐁셰이크였다. 그때는 당 걱정 없이 음식을 먹을 때라 단 것을 거리낌 없이 찾곤 했다. 집 근처에 생긴 카페에서 죠리퐁셰이크를 팔아서 먹어본 뒤 거의 매일 그 음료를 한잔씩 마셨다. 죠리퐁도 좋아하고 셰이크도 좋아하는데 두 개가 합쳐진 메뉴라니 내 입맛에 굉장히 맛있었다.

 최근에 들른 카페에서 자몽라테라는 평상시 보지 못한 메뉴를 발견했다. 아, 달 것 같은데 어떡하지 먹고 싶다 고민하다가 결국 시키고 말았다. 자몽라테는 생자몽이 조각조각 으깨져 들어가 있었고 약간 요거트의 맛도 느껴졌다. 한 입 먹는데 상큼하고 달달하고 정말 맛있었다. 단 걸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던 시절이 너무 그리웠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걸 꼭 하루에 한 잔씩 마시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불안할 때 단 것을 먹는 것은 이제 나에게 그다지 좋은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당뇨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 때문에 단 걸 먹고 나서 오히려 기분이 더 다운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우울할 때 단 음식을 먹는 게 일시적 행복감을 느끼게 할 뿐 결과적으로 더 우울하게 만든다고 말한 연구 결과도 있다. 불안과 우울감을 해소할 다른 수단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왜 불안한가 생각해 보니 특별히 이유가 없다. 크게 별일이 없는 하루가 이어지니 오히려 마음 한켠에서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사서 걱정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 나는 걱정할 일이 없으면 그 상태가 깨어질지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 갑자기 무언가 재앙처럼 닥쳐올지 모른다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곤 한다. 불안은 정말 내 삶에서 좀처럼 떼어내지지 않는 끈덕진 존재이다.


 요즘 나는 오랜만에 책 읽기에 빠져있는데 독서도 불안을 어느 정도 잊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읽으면 그것들이 나를 변화시켜 줬으면 바라게 된다. 에세이를 읽는 걸 좋아하게 된 이유도 내 생각과 삶도 그렇게 흘러갔으면 하고 바라게 되서이다. 나도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고 삶의 방향성을 찾고 싶어서이다.

 나는 자주 내가 싫어지고 쉽게 부끄러워진다. 쉽게 상처받고 자신을 상처입힌다. 특히 거절의 기억들은 나를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게 나라는 인간 자체가 쓸모없이 거절당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언제나 거절당하는 나, 쓸모없는 나. 그렇게 나를 자학하며 긴 시간을 보내왔었기에 쉽게 그 습관을 놓기가 힘들다.

 언젠가 계속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미래에 내가 썼던 글을 보며 그땐 그랬었지 하며 좀 더 느긋해진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어가며 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보다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는데 마음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 그걸 찾아가는 여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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