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바라나시는 어떤 곳인가?
최근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슈가 된 장면이 있다.
기안84가 바라나시에 가서 갠지스강의 홀리워터를 마셨다는 소식이다.
아, 제정신인가?
나는 전체 영상을 보지 않고 기안84가 바라나시 물을 마신 부분에 대한 비디오 클립만 보았는데,
그 영상을 보고 한 번도 보지 않은 기안84 안부가 걱정이 되었다.
내가 바라나시에서 본 그 물은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 똥물 + 강아지 씻긴 물 + 시체 썩은 물 + 쓰레기 물” 등등 온갖 것이 혼합된 광. 장. 히 더러운 물인데…
과연 그는 다음날 몸이 괜찮았을까? 급성 장염에 걸려 하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지는 않았을까?
기안84 소식을 듣고 바라나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 8년 전인가, 대학교 동기와 함께 한 달 동안 북인도 전반을 돌며 마지막에 일주일 정도를 바라나시에서 보냈던 경험이 있다.
전체적인 바라나시에 대한 인상은 “정말 올드타운이네…!”였다.
바라나시는 정말 옛날옛날한 도시이다.
온갖 여행자들과 바라나시 주민들이 어우러져 정말 우리가 상상하는 딱 그 인도 같은 느낌.
바라나시는 골목골목 길이 너무 좁아서 발 디딜 틈이 없고, 쓰레기를 잔뜩 먹어 배가 부푼 소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비좁은 골목이 많다.
당시 지내던 숙소가 한 갈래 길의 왼쪽 편에 있었는데, 좁은 골목을 지나다닐 때 딱 그 길로만 걸어가야 해서 숙소로 돌아갈 때마다 최대한 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지나가거나 소가 자리를 비킬 때까지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는 조심히 지나간다고 지나갔는데, 여물이 지겨워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있던 소의 심기를 건드려 소에게 허리를 치였다.
얼마나 아팠는지… 인도에서 소는 항상 조심하자.
바라나시에서 소에서 허리를 치인 사람은 나로 충분하다.
가트 쪽으로 나가면 갠지스 강을 볼 수 있는데, 각 가트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 다르다. 어느 가트에서는 시체를 태우며 “람람 사떼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다른 가트에서는 떠돌이 개들이 왈왈 짖고 있거나 소가 갠지스강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대변을 보며 화장실로 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위쪽 가트에서는 인도 사람들이 갠지스 강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라나시에 처음 도착해서는 “이 도시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더럽네. 여기가 뭐가 좋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근데 하루하루마다 다른 가트에 가서 멍을 때리며 사람들이 갠지스 강에서 하는 행동을 지켜보니까, 바라나시는 참 오묘한 곳이라고 느껴졌다.
어느 곳에서는 시체를 태우면서 죽음을 경험하고,
어느 가트에서는 경건한 물에 사람들이 감사하며 물을 떠서 가거나, 아침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뿌자를 드리면서 기도를 하고…
메인 가트로 가면, 매일 저녁 뿌자가 열리는데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경건한 분위기에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새벽녘이나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저녁에 보트에 타서 태양이 지는 걸 보면 정말 뭐랄까…? 가슴이 꿈틀꿈틀하면서 “아,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더라.
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바라나시에 가면 퇴사를 하고 여행하는 사람이나, 군입대 전이나 군제대한 사람들 등등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인도, 특히 그중에서도 바라나시에 가면 많은 것 같다.
바라나시는 그런 매력이 있는 곳이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물멍을 때리면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신성하고 경건한 곳.
8년 전, 바라나시에 방문해서 “뭐냐 이 도시?” 하면서 이곳저곳 라씨만 먹으러 골목을 헤집고 다니기 바빴던 나는 지금 바라나시에 간다면 내 인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으려나?
나이를 먹고 앞자리가 3으로 바뀌게 되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고 고민을 하는 것이 얼마나 내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뒤늦게 깨달은 요즘이다.
생각이 많은 요즘, 기안84를 보고 떠오른 바라나시에서의 기억이 문득 생각난다.
요즘에는 왜인지 모르게 그렇게 더러웠다고 생각하던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서 멍 때리는 시간을 소망한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