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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Jun 29. 2023

인도에서의 중매결혼과 연애, 사랑

로맨틱 러브와 사랑, 연애결혼 그리고 중매결혼

삼십, 연애

삼십대 접어들고 그냥 나 좋다면 연애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던 나는 연애에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나 좋다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다가 정말 아니면 헤어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사람을 사귀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쏟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고 많더라.


연애에 관해서 식탁에 앉아 엄마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엄마가 최근에 책에서 읽었다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인연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인연이 아닌 사람이랑
시간을 낭비하면 인연인 사람을 만날 수 없어.
만나다 헤어져도 되긴 하지만
헤어지면서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크잖아.

이게 무슨 운명론적인 생각이냐

헤어지면 배우는 게 있는 건데 그걸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고 표현하나


지금보다 어렸을 때면 반항아 기질을 발휘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중얼거렸겠지만


몇 번에 연애와 헤어짐을 반복하고

끄덕끄덕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묘하게 공감이 되었다.


내가 고작 2주, 3-4번 사람을 보고 안다고 생각해서 연애를 시작하면

서로의 장단점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이 사람의 모습을 감당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로

불나방 같은 사랑 연애만 하겠다 생각을 하게 된 요즘이다.



인도

내가 스무 살 초반에 인도에 왔을 때 한창 부모가 정해준 사람에 대해서만 결혼을 해야 하고,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본인의 의지가 없이 정해준 대로 결혼을 해야 하는 거네. 상상하기도 싫다."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혼이 연애행위의 연장선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이 합쳐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랑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너머로 생활 방식과 가치관, 종교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비슷한 조건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도의 중매결혼(arranged marriage)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집안 어른들이 어련히 본인 아들딸을 위해 비슷한 사람을 찾아 중매해 주겠구나. 어쩌면 합리적인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도 결혼



연애결혼의 기원

연애를 넘어서 결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최근 유튜브에서 김주한 교수님이 올려주신 연애와 결혼, 사랑에 관한 내용의 영상을 보았다.


사랑 - 연애하면 불행하고, 사랑해야 행복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NqK0GhTP6s


이 영상을 보면서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이걸 인도에서 듣고 있어서 그런지 참 생각이 많아졌다.


현재는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18세기 이전에는 어느 문화에서도 연애결혼은 흔치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유럽에서도, 중국과 일본, 인도에서도 집안과 집안, 계급과 계급 간의 결혼이 일반적이었고, 연애결혼은 200년 전부터 대중소설, 드라마, 영화 등의 영향을 받아 생기게 되어 연애결혼이 시작되었다는데...


현재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전에는 결혼은 연애와 상관이 없는 행위였다는 데에서 충격을 받았다.


최근에 중매결혼을 통해 비슷한 조건, 종교의 상대방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시크교 인도친구 자스빈을 만났는데 자스빈은 내게 비슷한 종교, 비슷한 집안 수준, 비슷한 가정환경을 따져서 부모님이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시켜줬다고 했다.


어쩌면 인도의 방식으로 보면 "알아서 연애해서 결혼할 짝 찾아와"가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내가 인도의 중매결혼에 너무 편협하게 "연애결혼이 최고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로맨틱 러브와 사랑

드라마나 매체에서 열정적 사랑과 종교적 사랑(단 하나의 유일함)이 합쳐져 보이게 되면서 사람들이 과도하게 열정적이며 유일한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흠...

나도 그런 경향이 있었던 거 같다.  어렸을 적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과도하게 표현하면서 내가 없으면 죽을 거 같은 감정이 들고 그걸 나에게 표현해야 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혼자서도 잘 지내고 나 혼자도 행복한데, 너랑 있으면 더 좋네?"라는 마인드로 자기 삶을 유지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마인드에 상대방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아낌없이 주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 그게 너무나 어렵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된다.


사랑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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