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한증막에서 하루종일 생활하는 그 기분
인도에서도 델리 지역은 11월부터 1월까지가 겨울 날씨이기 때문에, 12개월 중 9개월 내내 월평균 기온이 30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여름여름한(사실은 타 죽을 거 같은) 날씨가 지속된다.
위 그래프에 따르면 4월에서 6월 날씨가 평균 40도라고 나와있는지만, 2022년부터 이상기온이 지속되어서 그런지 북인도 지역은 낮에는 50도를 웃도는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인도 뉴스에서는 심각한 폭염으로 인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사실 나 역시 인도 여름날 친구들과 있으면서 너무 더워서 두 번 정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다.
한 번은 홀리 때 친구 고향집에 같이 놀러 가서 시장 구경을 하는데 구역질과 함께 혼이 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눈이 안 보였고, 다른 한 번은 오후에 하루종일 밖에서 유저들은 인터뷰하다가 뇌가 핑 돌면서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장 더운 여름날 밖에 나가서 걸을 때면 정말...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있는 더위의 맥스를 뚫고 뚫어서 24시간 동안 한증막 속에서 숨을 쉬면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일사병 증상이라고 하는데, 물도 많이 마시고 낮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가는 오후에는 외출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현지인들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밖에 나가는 건 자살행위다 다름없다며 해가 떨어진 오후 6시 이후에 밖에 나가는 편이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공기가 뜨거워서 숨 쉬기도 어렵고 건조해서 탈수 증상을 걱정하면서 물을 하루에 계속 마시게 되는데, 그렇게 물을 마시고 마셔도 날씨가 덥고 건조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 점이 참 신기하다.
실제로 인도 친구들을 보면 물병을 항상 들고 다니는데,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에 항상 탈수(Dehydration)를 걱정하면서 물을 끓임 없이 마시는 게 습관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에 며칠 있다거나, 인도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빠니 보틀(물통), 빠니(물) 등등을 달라는 얘기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도 직역하자면 물통이라는 뜻인데, 인도 여행을 한 번이라도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이 단어는 기억하지 않을까?! 뭔가 친숙하면서 정감이 가는 단어이다.
50도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장점도 몇 가지 있다. 첫번째는 머리를 감았는데 덥고 건조해서 바로 마른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빨래를 밖에 널고 나서 10분이 지나자 빨래가 빳빳하고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점이다.
덥긴 정말 무지하게 더운데, 습하지는 않아서 나무 밑에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여름은 곧 장마인 우리나라에 비해 불쾌지수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워낙 피부가 까맣고 멜라닌 색소가 뿜뿜 분비되는 나로서는 햇빛이 영롱하게 비추는 오후에 선크림을 바르고 외출하더라도 그다음 날 새까맣게 타서 거울을 보면서 "넌 누구니?" 하는 새로운 모습의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데, 짜릿하고 새로워! Yay! 예이....! 흑흑.
이 정도의 장점이 있겠다.
북인도의 여름 날씨. 특히 내륙지역 날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인도 여행은 겨울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