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은 상식아닌가, 귀신이 아니라면

어쩌면 인간의 '모든' 순간에 대한 집착일까?

by 강윤식

우리가 영화나 텔레비전을 볼 때, 초당 프레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 초당 16 프레임이기만 해도 사람은 영상을 연속적으로 본다고 하죠. 그보다 프레임이 적으면 끊기는 것을 느껴서 부자연스러워 진다고 합니다. 요즘은 초당 24프레임을 넘어 30, 60프레임도 넘어간다고 하니 자연스러운 연속적인 화면을 그렇게 원하는 것이겠죠.


연속적이라고 하는 것은 실생활에서 너무 자연스러우니까요. 공을 던져도, 비나 눈이 내려도, 고양이가 뛰어와도... 모두 당연히 연속적입니다. 오히려 영화에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툭, 툭, 툭, 순간 이동하듯이 다가오면? 보통 비명소리가 같이 들리죠? 그건 아마도 귀신이거나 유령일 테니까요. 여고괴담 같은 데에서 자주 나오던... 아, 저는 무서운 영화는 정말 싫어합니다.


이 연속적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 특히 물리에서도 정말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일상에서는 당연합니다만, 연속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나 실험적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거든요. 위의 예에서 보시듯, 사람도 사실 불연속적인 초당 16 프레임의 영상만 봐도 연속이라고 느끼잖아요? 인간의 감각에 의존한 실험으로는 연속을 말하면 안되겠네요.


논리적으로도 제논이라는 사람이 이미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네요. 아킬레스가 10미터 앞의 거북이를 못 따라잡는다는 역설. 아킬레스가 10미터 가면 거북이가 1미터 가겠죠? 다시 아킬레스가 1미터가면 거북이는 0.1미터, 아킬레스가 0.1미터 가면 거북이는 0.01미터... 무슨 말장난이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아킬레스건 사람이건 거북이 따위는 따라잡으니까요. 그걸 부정하는 논리는 아닙니다. 단지 따라잡는 그 순간, 그 연속적인 순간을 사람이 논리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것 뿐이죠.


생각보다 일상에서 상식이던 연속이라는 것도 실험이나 논리에서는 만만치는 않죠? 그러면 뭐 그러고 말면 될 것을 왜 연속이라는 것에 집착을 할까요. 집착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바로 인간이 '모든 시간에 모든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거나 변하는지 알고싶어하기 때문'에, 그 집착이 지금의 문제입니다.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지구도, 우리가 쏘는 미사일이나 로켓도, 자동차의 엔진도, 화장품을 만드는 화학 공정도, 사람의 뇌세포의 신호 전달도... 우리는 갈수록 더욱 더 모든 순간에 보다 정확하게 모든 변화를 알고 싶어하죠.


물리에서는 이것이 더욱 심각합니다.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0.000001초 뒤에도 어디 있을지 안다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속도를 안다면, 저 시간을 곱해서 예측하겠죠? 모든 시간이라는, '모든'이라는 완전함 대한 집착이 연속을 가정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언제나 '모든'은 어려운 아이입니다. 생 떼를 씁니다.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이런 명제처럼요. (말하는 나도 사람이니 거짓말쟁이이면, 저 명제는 부정? 그러면 나는 참을 말하나? 그럼 또 거짓말쟁이?...) 그래서 제논의 역설 같은게 나오는 것이죠, 앞에서 다룬 아킬레스와 거북이같은.


그렇다면 물리는 어떻게 이것을 극복했을까요? 아... 허무하시겠지만, 극복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연속이라고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연속이라고 하고 갑니다. 어떤 실험 장비가 연속을 보장하겠습니까, 논리는 둘째치고. 하지만 15세기의 르네상스의 정신은 '인간에게 좋은 것이면 그냥 한다'고 밀어붙이는 시대였던 것이죠. 미분이라는 것도 그래서 그냥 발명합니다. 뉴턴 역시 우주의 태양과 지구의 움직임부터 땅위의 돌맹이까지 모두 운동을 알 수 있는데, 그게 대수냐는 입장이었던 것이죠.


전자가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이것도 전기를 가진 입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뉴턴의 생각대로 다루려 했겠죠, 물리학자는? 사실 위에 한참 한 말장난 같은 것은 무시하고 가자는 것이죠. 물리는 19세기까지 너무도 완전히 성공하고 있었으니 자신감도 넘치고 있었을 터이고, 귀신도 아닌 것이 순간이동 같은 것을 할 리가 없으니까요. (전자는 그 물리가 절정이던 19세기에 발견됩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그것을 꿈꾸었을 터입니다.


그런데 그 상식을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을 보면 ... 불안하지 않으세요? '혹시 저자가 전자를 귀신이라고 하는, 정신나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네! 반전 아닌 반전입니다. 뭐 사실 다 예상 하셨죠? 말 길게 할 때는 보통 이런 것이죠.


자~ 전자의 여고괴담. 궁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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