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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식 Dec 10. 2021

예측할 수 없는 세대

자발적 연결과 기민한 변화, Agile

VUCA: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


VUCA. 최근의 경영 환경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단어이다. 기존의 사고로는 설명도 예상도 어렵다는 이야기일 터. 20세기는 그야말로 제조업의 시대가 아니었던가.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 시장이 조금 위축되어도, 매스미디어를 통한 Promotion으로 충분한 수요를 유도할 수 있던 시대. 유통 역시 생산과 결합하여 대량의 소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이 하던대로 잘 해 나아가던 시대였다. 그런데, 21세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인가.


먼저 예전 이야기부터 해보자. 제품이 자본으로 바뀌려면 당연히 생산→유통→소비 의 체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20세기에는 생산과 유통의 강력한 결합으로 계획한 경영계획에 의해 잘 돌아간 듯 하다. 월마트를 보면 마치 생산 현장의 부품 재고를 보는 듯 하지 않은가? 창고에서 현장의 선반에 보관하다가 생산하는 것과, 월마트에서 집안의 냉장고로 구매하여 보관 후 요리하는 것을 비교한다면... 너무하는 걸까? 생산 현장이 표준화 되는 것과 20세기 소비재가 균일했음은 어떠한가. 컨베이어 벨트와 유통 시스템의 연속성까지 비교하는 것은 너무한가.


여하튼 1년 단위의 경영 계획은 물론이고, 다년간의 전략조차도 잘 구현되는 듯 했다. 이렇다보니 전통의 강호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 예상 가능한 시장이라면 리소스의 우위가 절대적이지 않은가. 시장의 진입자는 세분화를 통한 틈새시장을 노릴 수 밖에 없다. 그 조차도 타이밍을 놓치면 대기업의 먹이가 된다.


소비가 생산-유통 시스템에 종속되었던 시대. 그나마 소비가 특화되는 공간은 백화점이나 특수 판매 구역 정도 였을 것이다. 그 조차도 유통 전략으로 정의된 공간이었던 것.


그런데 무엇이 변했기에?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넷플릭스,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테슬라 ... 요즘 유명한 기업들이다. 20세에는 듣지도 못했던. 이들은 어떻게 급성장했을까? 무엇이 크랙을 만들었는가?


다시 생산→유통→소비 체인을 보자. 아마존 같은 기업은 어디를 노렸을까? 유통→소비 의 부분이다.  예전같으면 베스트바이 에서 물건을 보고 그냥 샀을 터. 하지만 지금의 아마존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제품코드를 넣어 바로 아마존으로 주문한다. 전통적 유통망은 붕괴된다. 게다가 소비자인 고객의 최접점에서 A.I.등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창출한다. 어느새 제조 기업들은 아마존에게 매달리는 처지가 되어있다.


어디가 크랙의 지점인가? 최근의 경영 전략들은 대부분 고객을 꼽는다. 이제 힘의 지점이 고객으로 이동했다는 것. 여기에는 애플의 아이폰이 열어준 모바일 환경이 절대적 조건으로 꼽힌다. 고객들은 이제 수동적으로 텔레비전의 광고를 보고 마트의 매대에 가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아닌 것이다. 정보의 채널이 다양화되어 연결성이 극대화 되었다. 검색과 상호 공유를 통해 구매욕구가 생성되고, 실시간으로 주문과 배송이 가능한 시대인 것. 굳이 마트나 전자제품 매장이 얽매일 이유가 없다. 구매욕구는 모바일을 타고 가속되어 초고속으로 얽힌다.


여기에 VUCA가 있다. 수동적으로 유도되어 계획된대로 움직여주던 소비자로서의 고객집단, 그것이 더 이상 예상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이라는 세상이 이제 전통적 제조-유통 의 세력에 의해 제어되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 이토록 혼란한 세대를 겪은 적이 없는 것.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이상한 상황인것인가. 20세기에 산업은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 시간적 가속과 공간의 연결성을 극대화시켰다. 그리고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해 표준화를 통해 균일한 소비를 만들어 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은 연결성의 가속을 최대치로 끌어낸다. 이 환경에서 다만 균일함이 무너졌을 뿐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에서의 생산력에 압도되어 경제적 상황을 생산이 주도했다. 그러나 시장 확장의 한계에 부딪치며 단순 생산이 아닌 기호와의 결합이 이어지고, 그것이 가속화된 연결성을 만났을 때 균일한 시장이 유지되지 못했을 뿐이다. 원래 사람의 기호는 균일하지 않다. 지역적으로도 세대로도 집단별로도 다르다. 생존을 위한 기본 생산의 수준에서는 균일함에 무리가 없었겠다. 그러나 기호와 결합하여 현실이 재구성되는데, 모바일에 의해 연결되어 그것들이 빠르게 확산과 변이되어 간다면? 소위 고객이라는 소비자들은 이제 자기들끼리 연결되어, 언제든 새로운 크랙들이 자신들을 만족시켜 주기를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그리고 그 틈들은 가속되어 전체를 가른다. 여기에 기존의 선형적 예측을 기대하는 이들의 당혹일 뿐은 아닌가, VUCA는.


VUCA.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 모두가 비선형적 성향이다. 생산 기지인 공장을 통제하듯, 규모에 의한 선형적 제어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해왔던 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당혹스러웠을 뿐 아닌가. 세상은 원래 선형적이지 않은데. 새롭게 성공하는 사업 주체들은 여기에 훌륭히 적응한 이들이다. 그들의 성공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워하며 떻게든 전략의 형태로 그려내려는 시도들, 거기에 Agile, Lean, Design Thinking, Decoupling 등의 이름이 붙는 듯 하다.


고객과 접점에서 새롭게 비선형적으로 성장하는 전략. 이제 이것은 새로운 혁신 전략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무게의 추를 제조에서 고객으로 옮겼다. 그렇다면 제조는 이 시대에 단지 뒤쳐지는 실물을 대어주는 공간에 불과한가. 지금의 상황이 20세기 공장 제어의 모델에서 벗어난 혁신적 세계라면, 그 물결은 다시 공장으로 밀려들어오지는 못하는가. 여기는 여전히 첨단 과학 기술에 의한 선형적 통제의 공간인가.


공장은 VUCA 와는 무관한가, 21세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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