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내
왜,
다른 이의 목에 두른 머플러가 더 따뜻해 보이는 건지
다른 이의 발걸음이 더 가벼워 보이는 건지
다른 이의 웃음이 더 밝아 보이는 건지
그들에게서는 슬픔을 볼 수 없는 건지
그들에게서는 두려움을 찾을 수 없는 건지
그들에게서는 외로움을 느낄 수 없는 건지
나만 불안에 밤잠 설치고 베갯잇 마를 날 없는 건지
나만 텅 빈 삶을 부여잡은 채 절망의 밧줄에 묶여 있는 건지
나만 드넓은 바다에 내던져진 채 몰아치는 폭풍을 견뎌야 하는 건지
왜
매일의 끝엔 눈물만 대롱거리는 건지
다만 기억하라
그들 눈에는 당신 목에 두른 머플러가 더 따뜻해 보이고
누구보다 맑고 환한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옆집 아내
한바탕 소동이 끝났습니다.
요 며칠 뭔가 해보겠다는 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잘남을 호소하는 소리로 온 세상이 시끄러웠습니다.
“내가”, “나만이”, “나여야”할 수 있다며 서로의 핏줄 선 목을 하늘 높이 뽑아댔습니다.
이손 저손이 사정없이 부딪혔고 공장에서 찍어낸 조작된 공장표 웃음이 이리저리 찢기고 해진 채 애련한 모습으로 온 거리에 흩날렸습니다.
얼마 후
땅을 향했던 고개는 어느새 하늘을 향했고 그의 목엔 시뻘건 핏줄대신 커다랗고 화려한 꽃다발이 걸렸습니다. 정말 잘난 사람이 된 것인지, 하겠다는 그의 말이 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긴 자는 환호합니다.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이 날아들고 하례의 손이 들락입니다.
승자의 아내도 남편의 승리에 합류합니다.
아내의 목에도 어김없이 꽃은 걸리고 승리의 환호가 따라붙습니다.
행복의 기운이 사방으로 번집니다.
“아이고 저 여자는 무슨 복이 많아서….”
한참을 바라보던 아내는 혼잣말을 슬그머니 흘리면서 자리를 텁니다.
꽃장식을 한 여인의 남편복이 부러웠나 봅니다.
“외롭고 힘들 때마다 ‘엄마’를 불러주는 아이들이 있으니 행복하다”던 아냅니다.
“봄이면 꽃씨 뿌릴 오붓한 뜰이 있으니 더 바랄 것 없다”던 아냅니다.
“둘 다 나이 들었다고 해도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울 수 있으니 족하다”던 아냅니다.
깨워봤자 어찌할 수 없는 욕망이기에 애당초 잘라버린 욕망이었을까요.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던 나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된서리 맞은 들풀처럼 금세 오그라듭니다.
아내가 뜬 자리엔
“언제든, 어떤 길이라도…”함께 걷겠다고 약속했던 ‘함께’라는 단어만 아무렇게나 나뒹굽니다.
나도 슬며시 내 방으로 처박혔습니다.
아내에게 복은커녕 원수 덩어리 신세인 것이 미안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