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아이의 꿈을 검게 물들이는 것은 아닌지.

가난이 아픔이다

by 지금

아이에겐 내일도 있었고, 내일에 대한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아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아이는 내일을 향한 걸음을 멈췄고, 희망도 접었다.

내일을 향했던 아이의 눈은 점점 자신에게로 다가와 발끝에서 멈췄다.






가난이 아픔이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옆자리 선생이 쪽지를 전했다.

낯선 전화번호였다.


“경찰서예요.”


두어 번 벨소리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귀찮은 듯 거칠었다.


“OOO”이름 석자를 남기고 전화는 끊겼다. 부리나케 경찰서로 향했다.


“절도예요”


보자마자 담당자는 귀찮다는 듯 퉁명스레 내뱉었다. 그리고 담당자가 턱으로 가리킨 곳에는 군데군데 찢어지고 터진 길쭉하고 시커먼 의자에 OO가 고개를 떨군 채 걸쳐져 있었다.


수년 전 자전거는 아이들의 필수품이었다. 자전거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 없었다. 자전거는 애들 생활의 반려였다. 아이들은 자전거와 함께 성장했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자전거와 함께했다. 등하굣길에도 자전거는 필수품이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아이들 곁에는 늘 자전거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전거 등하교가 대세였지만 모든 아이가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갖가지 모양과 색깔로 치장한 자전거를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전거 경적에 귀를 막고 질주하는 모습을 애써 외면해야 했던 눈길, 자전거가 몰고 가는 바람을 맞으며 서러움을 토하던 아픔도 허다했다.


경찰서를 나섰다. OO의 훌쩍이는 소리가 가슴을 후볐다. OO에게 자전거는 언감생심, 먼 나라 이야기였다. OO는 자전거에 앉아보고 싶었다. 꿈에서 밟던 페달을 밟아보고 싶었다. 두 손 흔들며 보란 듯 지나치던 친구처럼 마음껏 소리치며 달리고 싶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미안함을 표하던 OO. 가난이 아픔이었던 시절, 가난이 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지내야만 했던 OO. 품을 수 있는 욕망마저 가난했던 OO, 그리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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