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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ug 20. 2023

죗값

외톨이

그녀가 사랑을 말했다.

차고 넘쳤던 왈가닥 끼는 어디로 갔는지 

그녀의 입술은 떨렸고,

보슬비라도 지났을까 그녀의 눈은 살포시 젖었다.     


…     


‘그러냐’고 했다.

그런데 그건 내 알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러라’고 했다.

그녀의 감정에 개입할 이유가 없어서다.  

   

반응이 예상을 벗어나서일까

젖어있던 커다란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조용히 빛을 타고 흘렀다.     


          




같은 색과 향을 지닌 마음으로 답했어야 했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사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마음속 욕망을 마뜩잖게 바라보는 눈길이 많아지면서

겨우 하나 있는 몸뚱이마저 계속 가치가 떨어지는 무용의 자산이 되면서

외롭고 쓸쓸한 외톨이가 되어 하루에도 수킬로미터씩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나의 쓸모를 언급할 때마다 가혹한 거절의 아픔을 겪으면서 


미숙했음을, 

거칠고 어리석었음을 그리고 그 대가임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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