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에 밥 먹기
딱딱해서
소화가 안 돼서
맛이 없어서
끈적여서
질겨서
향이 좋지 않아서
모양이 흉해서
색깔이 이상해서
…
먹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아내는 없어서 못 먹는다.
제때에 밥 먹기
“당신과 어디에 가서 제 때에 밥을 먹은 기억이 없어!”
밥때만 되면 아내는 예민해집니다.
특히 외출 중 밥때를 만나면 아내의 오감은 난리를 칩니다.
그날도 이곳저곳 기웃대던 중 밥때를 만났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된 줄 몰랐습니다.
간만의 외출이라 괜스레 발길 가는 곳이 많았습니다.
당연한 듯 아내는 밥을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석에 이끌리듯 근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깜짝 놀란 나는 아내의 걸음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도통 마땅한 밥집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어디는 손님이 너무 많았고, 또 어디는 너무 썰렁했습니다. 어디는 냄새가 고약했고 또 어디는 불결했습니다. 어디는 소란스러웠고 또 어디는 어둑해서 꺼려졌습니다.
순순히 따르던 아내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일로 밥도 거른 채 집으로 돌아간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나흘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온기 없는 식탁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얼른 식당 선택권을 넘겼습니다.
아내는 두말도 없이 오던 길을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마음에 두었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때 거름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무엇보다 제 때에 먹는 일이 중요합니다.
늦더라도 먹고 싶은 것을 찾는 나와는 다릅니다.
식당을 나서는 아내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입도 열렸고 눈에서도 빛이 났습니다.
사라졌던 미소도 되살아났습니다.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던 미소가
검게 그을렸던 눈빛이
쇠사슬이라도 매단 듯 무거웠던 발길이
한 공기 밥으로 되찾았습니다.
아내의 젓가락 소리가 휜 양심을 흔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