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수집
아내의 꽃
가정이 사막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사막은 옷을 여미게 한다.
사막은 입을 다물게 한다.
사막은 몸과 마음을 꽁꽁 싸매게 한다.
꽃의 곁에 머무는 일은 몸과 마음에 평화를 주는 일이다.
가정에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는 일이다.
칼자국처럼 선명한 주름에 잠시나마 여유를 주는 일이다.
가정의 아수라장을 정리해 주는 일이다.
꽃 수집
퇴근 후 문을 열자 아내의 어투가 평소와 다릅니다.
가느다랗습니다. 그리고 높습니다.
거기에 콧소리까지 섞어 두어 번 꼬기까지 합니다.
의아했습니다
‘뭐지?’
옷을 받아 드는 손길도,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도 낯설었습니다.
“어서 씻고 밥 먹어요!”
모든 게 어색했습니다.
초롱한 눈빛에 어깨를 달싹이며 콧노래까지 흘리면서 상을 차리는 모습이 긴장과 초조 그리고 불안감을 불러왔습니다.
엉거주춤 뭔 일이냐는 몸짓에 아내는 별일 아니라는 툽니다.
그리고 어서 밥이나 먹으라며 식탁을 가리켰습니다.
“오늘 꽃집에 들렀는데…”
식탁에 앉자마자 아내는 의자를 바싹 당겨 앉으며 연민을 자극하는 얼굴을 눈 밑으로 들이밀었습니다.
“꽃이 너무 예쁜 거야”,
젓가락도 들기 전에 아내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올 수가 있어야지. 지나치면 계속 눈에 밟힐 것 같더라고.”
…
“그래서…”
유독 화려한 색깔을 뽐내는 반찬에 박혀 있던 눈을 치켜들자,
“하나 샀어”
화분을 마뜩잖게 여기는 내게 화분 이야기를 꺼내기가 껄끄러웠나 봅니다.
그럼 그렇지, 음식이 그냥 달라질 리가 없습니다.
“색깔별로….”
아내의 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색을 채워야 할 것 같아서”
…
“어쩔 수 없잖아”
아내가 입을 열 때마다 화분도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그렇잖아도 좁아터진 집안에, 빤한 구석 하나 찾기 힘든 지경에, 이리저리 흘러내린 줄기로 어지러운 판에, 징검다리 건너듯 기우뚱 거리며 지나야 되는 판국에, 찬바람이라도 불면 더 깊숙한 곳까지 밀려드는 판에,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어지럽고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괴롭기 그지없는데, 또 화분이라니, 이건 그나마 있던 작은 숨통마저 조이는 일이었습니다.
꽃을 말하는 아내의 말이 향기롭습니다.
꽃을 품은 아내의 얼굴이 환합니다.
이토록 좋을까요?
아내의 화분 구입에 눈살을 찌푸린 것이 미안했습니다.
꽃 하나 사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니.
달라진 음식 속사정이 미안했습니다.
작은 화분 하나에 얼굴이 호빵처럼 부푸는 아내에게 미안했습니다. 음식으로, 표정과 몸짓으로 남편의 화를 잠재우려 했다는 것이, 그렇잖아도 소비할 거리가 많은 세상에 아내의 감정까지 소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내에게 꽃은 언제나 기쁨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힘입니다.
즐거워야 할 이유이고, 고단함을 추스르는 에너지입니다.
가늘고 연약한 꽃의 숨소리가 마음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솟구치는 화를 다독이는 것도 여리디 여린 꽃의 손길입니다.
아내가 웃을 수 있는 것도 콧노래를 흥얼댈 수 있는 것도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꽃을 거부하다니요.
이런 꽃을 내치다니요.
아내에게 웃음은 고사하고 작은 기쁨하나 주지 못하는 주제에 말입니다.
꽃에 물이라도 주어야겠습니다.
그것도 열심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