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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Dec 02. 2023

산다는 건
힘에 부치는 싸움이다

아내의 싸움

산다는 건 힘에 부치는 싸움입니다.

그것도 승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싸움입니다.

편도 없습니다.

오직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입니다.     


싸움은 삶에 대한 욕망입니다.

살고자 싸웁니다.     


그러나 종종 싸움에서 산산이 부서집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예기서 삶을 멈출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싸움은 어둡습니다. 비극적입니다.

그러나 그 어둠과 비극 속에서 삶은 움트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웁니다.     


어둠과 비극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내의 싸움   


  

언제부턴가 아내가 무릎을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아내는 원인으로 체중을 지목했습니다. 그리곤 체중과의 한판 결투를 선언했습니다.  

   

먼저 음식의 양을 줄였습니다. 끼니도 두 끼로 줄이고 저녁에는 그 무엇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달고 살던 주전부리도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아내가 한 아름씩 품어 나르던 달콤하고 고소함은 하루아침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간 몸을 부풀렸던 모든 먹거리의 보급량을 과감히 잘라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밥그릇을 키우고 닭다리를 잡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 운운하며 시장바구니 터져라 실어 나르리라 여겼습니다. 인내력에 바닥을 드러내며 될 대로 되라지 자포자기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허릿살 철렁이며 훌라후프를 두르고, 뼈마디를 쑤시고 관절이 토하는 비명을 잠재우겠노라 이런저런 댄스에 도전하고, 덜렁이는 살을 온 땅에 흩뿌리겠노라 자전거에 몸을 싣고, 씨름판을 연상케 하는 허벅지에 혀를 차며 수영장을 들락이고, 땅으로 흘러내리는 뱃살에 한숨 지며 파워워킹에 도전하다 주저앉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습니다. 며칠이면 멈출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아내의 전투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넘어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공기가 달랐습니다. 오히려 전투력이 향상되는 듯 세찼습니다. 잠깐 불다 멎을 바람 같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의지는 굳건했습니다. 작아진 밥그릇은 여전히 쪼드라든 그대로였고 끼니도 두 끼에서 멈춘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점심 이후 식탁은 문을 닫았고 간식이란 말은 삶에서 아예 지워졌습니다.      


아내의‘참기’는 3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아내는 매일 체중계에 오릅니다.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레 한발 그리고 또 한발 체중계에 몸을 싣습니다. 그리고 가늘게 뜬 실눈으로 흔들리는 숫자를 확인합니다. 그리고는 다행이라는 듯 멈췄던 숨을 토하며 내려섭니다. 그리고는 “좋았어!”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뱉으며 기쁨의 세리머니로 두 팔을 치켜올렸다 한 팔로 땅을 후려칩니다.     


아내는 매일매일 승전보를 전합니다.     


물론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유도 모른 채 곯고, 6에서 5로 첫 눈금이 바뀌고 2에서 1로 끝자리마저 내려앉는 몸뚱이의 현실이, 달달함과 고소함의 영문모를 지원중단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내 몸의 처지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아내의 전투를 응원합니다.

아내의 기쁨은 밥으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곳간을 채워주는 영혼의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물기 마른 아내의 수저에는 주인의 짧은 손길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아내의 행복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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