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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Dec 16. 2023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는 것

엄마는 쉬지 않는다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는 것은    

  

겨울에 새봄을 꿈꾸듯 새 꿈을 가꾸는 일이다.

삶의 무거운 권태와 쫓기는듯한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죽죽 늘어져 끊어질 듯 쳐지는 삶을 팽팽히 조이는 일이다.

겨우겨우 버티는 버거운 삶으로부터 일종의 휴가증을 받는 일이다.

휑한 삶의 곳간을 충만한 삶의 의지로 채우는 일이다.

방황하고 주저하고 망설임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저런 욕구가 샘솟아 다급해지는 마음을 달래는 일이다.

원하고 욕망했던 내일을 위해 맛난 요리를 하는 일이다.

삶이 두렵고 두려움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모든 짐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욕망은 사라지고 가능성도 축소되고 더 이상 바라볼 것조차 없게 되었을 때 나를 죽이지 않고 떠받드는 기막힌 사랑이다.     





엄마는 쉬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의 자리는 넓어졌습니다. 

아이의 삶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엄마의 삶에 매달려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자리는 빠르게 확장되고 비대해졌습니다.     


아내가 품은 엄마의 자리는 늘 분주했습니다. 

아이의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엄마의 몫이 되었습니다. 학교에 학원 문제, 성적에 진학 문제, 건강에 친구 문제 등 엄마가 풀어야 할 문제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엄마의 삶은 아이의 삶 속으로 빠르게 편입되었습니다. 

아이와 같은 시대의 사람이 되고 아이와 공통의 조건으로 한 데 묶입니다. 엄마의 삶은 아이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엄마의 삶은 이윤과 재산 불리기만을 위한 조직적이고 좀스럽게 작동하는 쩨쩨한 삶과 은연중 내통합니다.     


엄마는 삶의 기준 잡기에도 안간힘을 썼습니다.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른 채 규정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의 특권은 가볍게 무시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아이의 심리적 낭비를 막기 위한 습관 그리고 신념과 가치에 대한 관점 등 아이의 삶을 향한 아내의 걸음은 언제나 바빴습니다.      


아이가 품을 벗어나도 엄마는 계속됩니다.

건강에 취업에 결혼에 그리고 살아갈 공간과 아이까지 아내의 엄마역은 마침이 없습니다. 아이의 삶을 위하느라 이내 쪼그라들고 말라비틀어진 통장을 만지작거리는 아내가 짠하고 안쓰럽습니다.    

  



그러면 이제 아이의 삶은 엄마의 바람대로 충분히 눈부실까요?      


여전히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아장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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