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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Feb 08. 2024

한숨은 위로다

자식이 뭔지

그때는 

한숨이 하루의 걸림돌이었다.

한숨이 일종의 추락으로 여겼었다.

한숨이 마치 죽어가는 의미 같았다.

한숨이 조금씩 삶의 자격을 앗아가는 느낌이었다.

한숨이 하루하루를 파괴하는 느낌이었다.

한숨이 짝퉁 미소를 만들어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한숨이 실패한 존재라는 낙인을 찍는 느낌이었다.

한숨이 세월을 비극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었다.

한숨이 인간 조건 여기저기에 흠집을 내는 일이라고 여겼었다.    


그래서

포기에 눈길이 갔다.

주저앉고 싶었다.

눈물로 지새우는 밤을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한숨은 걸어갈 길을 스스로 닦기 위한 심호흡임을

자신의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다짐임을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사회의 엄명에 저항하면서 전진하려는 의지임을

가야 할 길에 대한 욕구가 들끓는 오늘 그리고 내일을 다독이는 일임을

날카롭게 등장하는 인간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찾아 삶을 단단히 조이는 일임을

인생을 잘 흘러가게 하는 힘을 갖추는 일임을

한숨이 꼭 아픔인 것이 아님을

한숨은 지치고 멍든 가슴을 쓸어주고 다독이는 위로임을

한숨이 나의 스승이고 길잡이임을 

찬란한 태양을 가린 먹구름을 걷어내는 일임을

또 다른 길을 찾아 신발끈을 조이는 일임을     


한숨을 통해 나를 보고 한숨으로 나를 듣고 한숨으로 나를 만나면서 

한숨이 위로임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자식이 뭔지  

   

“흐어~ ~!”

눈을 뜨자마자 아내의 몸 위로 묵직한 한숨이 내려앉습니다.

묵직한 한숨이 아내의 고단한 하루를 예고합니다.     


뉘 집 자식은 학교도 취직도 척척인데, 

뉘 집 자식은 알바를 뛰면서까지도 학점관리를 잘하는데,

뉘 집 자식은 같은 나이에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이력을 쌓았는데,

뉘 집 자식은 대여섯 종이 넘는 자격증을 따는데,

뉘 집 자식은 이것저것 따짐 없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데,

뉘 집 자식은 취업해서 보란 듯 번듯한 생활을 하는데,

뉘 집 자식은 용돈이라며 때마다 봉투를 나르는데,

뉘 집 자식은 짝을 만나 애까지 낳았는데, 

…     


아내는 섭섭합니다.

아내는 화도 납니다.

그리고 때로 배신감에 몸이 굳어 옵니다.   

  

열심히 생활하지 않는 모습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치열함 없는 삶이,

정성과 절실함 없는 느긋한 생활이,   

  

자식이 뭔지,

아내의 한숨이 깊습니다.     


자식의 삶과 연결하려는 시도의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참 쉽지 않습니다.     


아내의 한숨은 오늘도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눈물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아내의 미소 띤 내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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