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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About Yourself

애플 인터뷰

by 기준파

"Tell Me About Yourself"


인터넷에 미국 취업 인터뷰 예상 질문을 검색해 보면, 항상 공통적으로 맨 위에 등장하는 질문이다. 사실 이것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던 간에, 취업 인터뷰에서는 늘 받게 되는 자기소개 같은 질문이다. 한국에서 처음 취업 인터뷰를 하던 시절 보았던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모법 답안들과 TV, Drama에서 나오던 수많은 인터뷰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썼다 지웠던 대답들도 다를 바 없었다.


"저는 1남 1녀 중 장남으로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느 대학교를 나왔으며... 어떤 특기가 있으며... 장점은..."


과연 이것이 정말 회사에서 궁금하고 듣고 싶은 대답이었을까. 한국에서 대기업을 다니던 시절 운이 좋게도 직접 취업 인터뷰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본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원자가 열심히 준비했을 그런 이야기들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이야기를 하는 후보의 말투와 태도, 눈빛 그리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자신감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결국 그것이 사회 초년인 그들에게서 발견해 내야 할 가능성과 실마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애플의 리쿠르터, 면접관들이 나에게 궁금한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로 결정한 그 순간,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그런 결정을 하였는지,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했는지를 이해하면, 그 답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이민자

- 경력자


생각을 거듭하고 덜어내고 나니, 이 2가지 단어가 남았다. 내 모든 이야기들을 다 들려줄 필요는 없었고, 이 핵심적인 이야기를 간단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기만 하면 되었다. 너무 많은 설명은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것이고,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얼버부려봤자 소용이 없어 보였다. 모든 걸 말하려는 욕심보다, 핵심만 정확히 간결하게 전하는 용기가 더 중요했다. 그들은 바쁘고, 인터뷰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까.


이민자에게 미국에서 일하기 위한 신분은 가장 첫 번째로 마주하는 장벽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최소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의 특성상, 리쿠르터는 우선적으로 이 부분을 확인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일하기 위한 Visa 및 그것을 취득하기 위한 자격요건들을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내가 자격이 되는 Visa는 어떤 것인지, 미국에서 신분 문제없이 일하기 위해 필요한 Green Card (영주권)는 어떤 자격과 절차를 통해 취득할 수 있는지 확인해 놓았다.


"저는 현재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제가 애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Working Visa가 필요한데, 박사 학위 기간 동안 출간한 논문 실적이 충분하므로 O1 Visa를 취득하면 될 것이라고 변호사와 확인했습니다. 예상되는 프로세스 기간은 약 2 달입니다. 더불어 추후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일할 계획이기 때문에 따로 변호사과 Green Card (영주권) 프로세스도 준비 중입니다."


또한 나의 경력과 애플의 해당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의 연결점을 정리했다. 내가 해본 것, 그리고 그것의 잠재력. 이 두 가지를 해당 부서의 업무와 연결 지어 준비했다. 교집합을 찾아내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저는 이전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리더로서 역할을 했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결과 다수의 특허를 출간하였고, 그로 인해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이러한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이 경력은 귀하의 부서에서 이러한 일을 하는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이러한 일을 하는 데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이런 부분은 연결점이 있기에 충분히 Catch up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회사와 일을 수행하는 일이 있는 해당 부서의 성격 상, 잠재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부차적인 질문들과 기술적인 질문들은, 예측과 준비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즉흥적으로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준비할 수 없는 영역까지 준비하려고 해봤자 준비가 안된다.


총 2번의 리쿠르터와의 전화, 그리고 총 3번의 현업 기술자 및 매니저와의 전화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2주간에 걸친 전화 인터뷰 후 통과 소식을 받았고, 최종 온사이트 인터뷰를 위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동그란 애플 본사로 초청을 받았다.


"총 7명의 면접관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자 1:1로 1시간씩 면접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루 한 명도 벅찬데, 1시간씩 7명 하루 종일... 이게 말이 되나...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하루 꽉찬 시간동안 7명의 사람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줄 기회였고, 나에게도 내 능력을 깊게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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