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날기 위해 연습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잘 먹고 따뜻하게 자니까 몸이 점점 튼튼해졌고 전 보다 더 많이 노력했습니다. 둥지에 지붕에 올라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기며 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형제들은 이제 더 놀리지 않았지만, 닭 가족들은 한심하게 쳐다보기 일쑤였습니다.
“쟨 오늘도 시작이구나!”
- 꼭! 저러다가 다치는 거 아니야?
“별종이라고 하더군, 신경 쓰지 말아”
둥지 지붕에서 뛰는 건 위험했지만 바닥에 지푸라기를 깔아 두어 견딜 만했습니다. 이따금씩 무시와 야유가 들려와도 저는 화를 내거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뛰어오를 때마다 비버 아저씨와 백조 아저씨를 떠올렸습니다. 노력과 믿음. 나무 댐과 커다란 날개를 떠올리며 나는 뛰어올랐습니다. 이 둥지 마당에서 이젠 더 이상 숨어서 연습할 필요도 없었고, 숨을 수 도 없었기에 실패에 대한 창피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죠. 가끔 걱정스러운 엄마의 시선이 느껴질 때면, 아프게 떨어져도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털어내기만 했으면 됐습니다. 어느 날 언제나처럼 떨어질 곳에 지푸라기 뭉치를 다듬는 중에 닭 중 한 명이 와서 물었습니다.
“꼬꼭! 저기 오리 양반!”
- 네?
“진짜 내가 궁금해서 묻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
- 무슨 말씀이세요?
“거 뛰어내리는 거 말이야. 날려고 한다는 데, 왜 그러는 거요?”
- 별똥별… 그…저는 나는 게 꿈입니다.
“휴……. 형씨! 당신이 하는 게 뭐요?”
-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다른 오리들은 몸을 살찌우고, 옆집 오리 몇 명은 알을 낳을 준비도 하고 그러는 데, 무슨 날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아직도 좇고 몸을 학대하냔 말이요!”
- 무슨…….
“꼭! 우리 닭들을 보소! 모이를 먹으면 주기적으로 알도 낳고, 새끼도 기르고, 그러지 않소? 그런데 별종 오리 양반은 난다고 푸덕거리기만 하지, 내가 보다보다 어이 없어서 한마디 하는 거요.”
- 닭 아저씨는 꿈이 없나요?
“꿈? 뭔 꿈? 오리 양반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 아기오리인가 보네? 다 커서 무슨 말도 안 되는 꿈 타령이요?”
- 그게 무슨 말이세요?
“집오리가 어떻게 난다는 말이요? 무슨 독수리도 아니고. 이봐요! 오리는 원래 날수 없어요!”
- 뭐…라고요!
“오리는 날 수 없다고! 원래 날 수 없다고! 그냥 수영할 줄 아는 게 다요!”
저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왜 날려고 하냐는 비웃음은 형제와 주변 오리들에게 많이 들었지만, 원래 오리는 날 수 없다는 말은 닭 아저씨의 처음 들었습니다. 저는 아찔한 정신을 부여잡고 말했습니다.
“굳게 믿고 노력하면 날 수 있다고 했어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 꼬꼬꼬! 누가? 누가 믿고 노력하면 오리가 날 수 있다고 합디까?
“비버 아저씨가 그리고 백조 아저씨가 그랬어요!”
- 비버? 비버가 뭐야? 그리고 백조는 원래 날 수 있잖아~
“원래 날 수 있다고요?”
- 오리 양반 답답하네. 백조는 원래 날아요. 그냥 태생적으로 나는 새가 백조야.
“백조 아저씨도 처음부터 날 수 없었다고, 믿음을 가지면 날 수 있다고…….”
- 처음부터 누가 날 수 있나? 아기인데, 크면서 그냥 날 수 있는 거지!
“그게 무슨….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저씨도 못 날잖아요!”
- 거짓말? 무슨 거짓말? 그리고 내가 왜 날아? 알 잘 낳고 그러면 되지!
저는 믿고 싶지 않은 말들을 너무나 당당하게, 그리고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닭 아저씨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시끄러운 소란에 주변 닭과 오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저는 분통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따지며 물었습니다.
“그럼! 닭 아저씨는 알 낳는 게 아저씨 꿈인가 보죠?”
- 꿈? 그게 무슨 꿈이야. 닭은 원래 알을 낳는 거야. 타고난 거라고.
“흥! 닭 아저씨는 꿈도 없네요?”
- 오리 양반! 닭은 알을 낳는 게 의무고 존재 이유야. 꿈? 알을 낳지도 않으면 닭도 아닌데, 꿈 이런 게 무슨 소용이야? 닭이 알이야. 알! 알이 먼저라고!
“그만해…….”
- 오리 양반! 내가 이렇게 이웃사촌이니까 형씨 위해서 이렇게 말해주는 거…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저는 쌓아둔 지푸라기를 걷어차며 귀를 막고 소리 질렀습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닭과 오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거센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깜짝 놀라 얼어있던 닭들과 오리들은 종종걸음을 치며 하나둘씩 둥지로 들어갔습니다.
둥지 마당은 휑하니 찬바람만 불었고, 저는 귀를 막고 주저앉았습니다.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니 저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느낀 게 있었습니다. 더 이상 형제들이 비웃지 않는 이유가 나를 믿거나 무언의 응원이 아니라, 그저 재미가 없어 놀리길 포기한 것 만 같다는 것이죠. 크게 바라진 않았지만 주변의 무반응이 정말 무관심 그 자체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동안 홀로 느꼈던 외로움과 쓸쓸함을 폭발시켰습니다. 모든 게 무의미했던 걸까. 난 정말 바보였나.
- 비버 아저씨: ‘인마~ 열심히 해라~ 헤헤~’
- 백조 아저씨: ‘구름도 하늘도 좋지만, 아저씨는 네가 깊고, 넓은 호수가 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단다.’
비버 아저씨의 세모난 이빨 웃음, 백조 아저씨의 마지막 말. 별똥별의 희미한 줄기까지, 모든 게 지금까지 받아들였던 것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우중충한 회색 구름이 낀 하늘, 흙먼지 묻은 뺨으로 별들이 또르르 쏟아 내렸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모든 게 바스러집니다.
“…아가…. 엄마랑…들어가자…….”
엄마는 쉰 목소리로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엄마, 엄마……. 흑흑…! 난……. 흑흑…! 나는…….”
- 그래… 넌 내 아가야… 우리 아가…….
엄마는 마르고 휑한 날개로 저를 부축해 둥지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내가 지쳐 잠들 때까지 눈물을 닦아주셨습니다.
그때쯤 저는 모든 게 망가졌다는 마음보다 끊임없이 내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엄마의 손길과 슬픈 눈빛에, 내가 모든 걸 망쳤다는 죄송함이 더 커 눈물을 그칠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따뜻했던 어머니의 손이 오늘은 너무 아팠습니다.
그렇게 쉬익 쉬익 가슴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만 들리는 밤이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