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한줄 2

고마워, 사랑해.

by 파란선

[나에게 결혼 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 - 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




고마워, 사랑해.


교사였던 우리가 만난 곳은 시골 초등학교였다.

교사들 중 유난히 더 밝으며, 겸손하고, 양보하는 그는 영락없는 젠틀맨이었다.

섬 사람이라 그런 것인지 그는 휴일마다 마당에 걸 터 앉아 맨발에 아무 티셔츠를 걸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였다.

그 여유가 너무 부러웠던 도시에서 온 아가씨는 그 사이에 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린 사랑했고 또 결혼했다.


우리는 결혼 후 10년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나는 늘 평온하다고,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평온했던 10년간 나는 종종 그에게 말했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보라고, 혹은 남에게 양보하지 말라고,

내 밥그릇을 쟁취하라고,

좋은 것을 입으라고, 좋은 것을 먹으라고,

공부를 더 해서 연봉을 올리자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었다.


잘 살았던 지난 10년간 그는 종종 나에게 말했다.

예쁘다고, 쉬라고, 여유를 가지라고,

미련 갖지 말라고, 내려놓아도 된다고,

지금 양보해도 나중에 내 것으로 돌아온다고,

카페 가자고, 외식하자고, 여행 가자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인생을 즐기라고 말했다.


결혼 10주년이 되던 해 나는 몸과 마음이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가 말했다.

이 순간을 견디라고, 하던 일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하면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했다.

그때 나는 쉬고 싶다고, 그만 내려놓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해부터 우리는 자주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되었나 보다.

그에게 쉬어 가자고, 천천히 가자고, 욕심부리지 말라고, 할 만큼 했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되었나 보다.

아직 안 된다고, 조금 더 해보자고,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제서야 서로를 바라보고

힘든 일이 무엇인지 들어주게 되었다.

이제는 서로 같은 말만 한다.

잘했네, 좋은 게 좋은 거지, 수고했어.


그리고,

매일 한번,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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