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집을 뛰쳐나가야겠어

고등학교 3학년의 입시원서가 인생을 바꾸다.

by 순두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어쩜 그렇게 대책이 없었을까. 그 용기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꼭 필요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정신병이 점점 안 좋아졌었기 때문에 내신성적은 바닥을 질질 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 준비라고 잘 되진 않았다. 그러던 고3의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입시 스트레스까지 받다가는 내가 제 명에 못 살겠다."

고3이라는 중압감과 안 좋은 가정 환경까지 겹쳐져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럼 이 목줄을 끊어버리면 되겠네? 그래서 입시 자체를 포기했다.

입시 스트레스만큼은 덜 받게 되었다. 그때 다른 친구들이 보기엔 나사 빠진 애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수시 원서를 쓰는 날.

고3 담임 선생님이 알려준 입시 프로그램으로 어딜 쓸지 보고 있었다.

멍 때리면서 검색하던 와중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통학할 수 없는 거리의 대학교만 원서를 쓰자. 그럼 기숙사에서 살게 될거고 부모님이랑 살지 않아도 된다. 대학교 학과가 적성에 잘 맞으면 땡큐고 아니면 독립을 하자.

그렇게 나는 교과 전형. 즉 내신 성적만을 보는 전형으로 모든 원서를 다 썼다.

면접 준비를 할 필요도, 수능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전형이었다.

난 입시를 날로 먹었었다.


당시 난 이 대학교가 날 뽑지 않는다면 시스템 오류이고 입시비리다. 싶게 원서를 썼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대학교를 합격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먼 대학교를 선택했다.

수도권에서 살던 나는 갑자기 경남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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