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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ntos 1 27화

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만든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by 아름다움이란

전자공학을 전공하지만 패션에 더 관심이 많아 교수님 눈을 피해 수업시간에 패션 잡지를 즐겨보던 학생이 있었다. 잡지에 소개된 의류와 소품들이 학생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백만 원짜리 명품들이어서 현실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소비하는 패션 콘텐츠를 한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여기에 자신의 스타일을 직접 공유한다면 패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들은 취업 준비로 고민이 한창이던 즈음 ‘창업’을 결심한다. 스타일쉐어가 탄생한 스토리다.


윤자영 대표가 스타일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 배경은 파리, 뉴욕을 여행하면서 만난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평범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거리를 걷다 보면 이보다 더 패셔너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왜 서울이나 부산은 패션의 도시라는 상징성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윤자영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패션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 4학년이던 윤자영 대표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듣고 오랫동안 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몰입했다는 것에 진정성을 느낀 투자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후속 투자자를 만나지 못해 힘든 상황을 겪었고, 네이버 계열사에서 경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더욱 커지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스타일쉐어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사이 경쟁사는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성실함과 거침없는 성격을 사업 밑천으로 삼고 시장을 조사하고 서비스를 구상하기까지는 3년 여의 시간이 걸렸지만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2011년 9월 플랫폼을 완성했고, 소비자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사업 초기 누가 앱으로 패션을 보겠느냐고 소극적으로 반응하던 패션 기업을 참여시키는 일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관리자나 에디터의 입장이 아닌 팀원 모두가 한 명의 유저라는 생각으로 보완해 나가다 보니 기업의 관심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스타일쉐어의 이용자들은 대부분이 1020이다 보니 카드 사용이 익숙지 않아 그들에게 특화된 결재 서비스를 만들고 유저를 모델로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스타일을 공유하는 동시에 바로 쇼핑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완성되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예측할 수 없었던 힘든 상황이 찾아오곤 한다. 그런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고비가 있을 때마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우리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돌아봤다고 한다. 눈물과 좌절과 불안이 있었지만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살피고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자신이 즐기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시작이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이었고, 직접 유저의 입장에서 사용하며 보완하고, 유저의 피드백을 듣는 과정이 즐거웠고, 즐기는 것이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0여 년간 양질의 성장을 하던 스타일쉐어를 2021년 무신사가 3,000억 원에 매각했다는 소식을 전해졌다. 사소한 열정만으로 시작한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느꼈던 책임감, 매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발버둥 치며 만들어 간 성장은 마치 곡예와 같았다는 그녀의 고백을 끝으로 서비스는 종료되었다. 초기 투자 당시 2억 원에 불과했던 기업가치가 10년 6개월 만에 3,000억 원으로 ‘억’하는 탄성이 나오는 액수이지만 3000이라는 숫자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생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여대생의 모습과, 그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과정을 상상해 보길 바란다.

일상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외면하지 말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하던 윤자영 대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매우 궁금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또 다른 일을 현실로 이루어내어 더 단단한 모습으로 청소년의 멘토로 다시 서게 되는 날이 올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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