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자.
인간이란 족속은 한없이 나약해서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할 때에 도망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이 한없이 나약한 족속이 모여서 이 세상을 이뤄가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지 않은가?
'도망친다'는 말은 부정적인 단어이다.
겁장이로 보이기 십상이며, 잘못을 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도망친다면 도망이 아니게 될까?
아니, 현명하게 도망칠 수 있을까?
1. 도망친다.
도망치고 싶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대략적으로라도 아는 사람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고, 시간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은 도망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1.1 다시 돌아온다면 도망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온 사람을 도망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다만,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면, 도망치기 전에 필요한 시간을 대략적으로 말을 해두자.
상대는 기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도망가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올 그날을 위해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2. 제삼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우리는 때론 나 자신에 과하게 취한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면 보잘것없거나, 대처 방안이 보이기도 한다.
나의 이야기가 아닌 친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자.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보자.
조금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때로 나에게는 매정하지만 상대에게는 너그럽다.
내가 한 톨의 실수는 매일 밤 이불을 차게 만들지만,
남이 한 실수는 그 실수보다 나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더 곱씹을 정도로 말이다.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자.
그만큼 타인에게도 관대해지자.
3. 대화를 나누자.
때론 감당하기 벅찬 일이 찾아왔을 때, 무작정 회피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갑자기 잡힌 발표를 진행하기에 힘이 들 때, 때로는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보편적인 사고로 생각해 보았을 때, '사고가 난 사람에게 발표를 시킬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는 생각에서 나온 어리석은 해결책일 뿐이다.
단순히 눈앞에 닥친 두려움을 회피하려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정하자.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벅찬 부분을 인정하고,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어 조율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신속하게 판단하여 먼저 요청하는 것이다.
우선 시도해 보고 추후에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상대의 암묵적인 기대치를 달성해 온 당신이라면, 실망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하기 싫다'는 감정에서 나온 '도망'이란 해결책이 아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욕심'과 '부족한 나 자신'이 상충한 결과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쩌면 상대는 나에게 이 일이 스트레스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모를 것이다.
어쩌면 상대는 나에게 이 일을 맡긴 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을 하기 전까지는 상대도 나의 상태를 모를 수 있다.
내 마음은 티가 날 수 있어도, 말하기 전까지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특히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닐 때는 더 중요하다.
우리가 살며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선인(善人)이다.
나 또한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듯이 말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인정하자.
대화를 나누자.
4. 시간에게 맡긴다.
'에라 모르겠다' 권법이다.
시간은 때로 많은 것의 해결책이 되어준다.
시간이 흐른 만큼 나도, 상황도 변해가며 자연스레 그 일이 별거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의 고통은 온전히 내 몫이라는 것이다.
괜찮다.
그때는 나만의 비상구로 탈출하고, 재밌는 영상이라도 보면서 회피하면 된다.
이때 기억해야 할 사실은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조금만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그날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도망'이라는 선택지가 당장의 해결책이 될 때도 물론 있다.
당신도 알고 있듯, 장기적으로 본다면 매듭을 짓지 못한 일은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성장해 있을 나 자신을 믿으며, 언젠가는 그 문제에 직면하여 제대로 타파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