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s: 무뎌지는 것.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by 사못

나는 어릴 때부터 작은 이별이라도 하려 하면 참 힘이 들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이모가 집으로 돌아갈 때,

그 이모가 사준 반지를 잃어버렸을 때,

전학을 갔을 때,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이별은 힘들었다.

단순히 서운하거나 헛헛하거나 외롭거나 속상한 정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팠고, 그럴 때마다 남들 앞에서 우는 것이 창피해 짠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어른이 되어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기라도 하면 몇 날 며칠을 울었다.

눈만 뜨면 울었고, 머리맡에 수건을 놔두어 눈물을 닦고 코를 풀었다.


첫 인턴 기간이 끝나는 날에도 눈물바다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회사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금은 다들 잘 살길 바란다.


어느 날은 이별이란 자체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현재 상황에 지나치게 이입한다고 생각했다.

이별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엔 엉엉 울며 기도를 했다.

제발

조금만 행복해도 좋으니까 조금만 슬프게 해 주세요.

감정에 무뎌졌으면 좋겠어요.

내 감정의 폭을 줄여주세요.

조금만 슬프게 해 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그것은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지금은 어떨까?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기쁨에 무뎌졌고, 슬픔에는 더 무뎌졌다.

지금도 물론 이별은 힘들다.

하지만 뭐랄까

괜~ 찮~ 다~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괜찮다.


1. 감정에 기한을 둔다.

나는 속상한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당황하여 자기변호, 자책, 슬픔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에 기한을 둔다.

그 기한은 직감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직장 상사에게 생일 전날 호되게 혼난 적이 있었다.

생일 당일은 미리 휴가를 제출했었고, 퇴근이 무려 30분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아주 신난 상태였지만, 처참히 무너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올해 생일은 망했다.

기분 다 잡쳤고, 직감적으로 일주일 정도는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내 생일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순 없었다.

처음에는 상대를 이해하려 했고, 억울한 부분을 친구에게 털어놨다.

나는 빨리 나의 기분을 낫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눈물이 줄줄 났고, 이를 회피하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 만에 완결까지 끝내버렸고, 그럼에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업무에 복귀해서도 그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나는 괜찮아졌다.

억울함은 남아있지만 괜찮았다.


1.1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인정한다.

여기서의 팁은 기한이 되기 전까지는 슬프면 울고, 화도 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믿는다.

이건 일주일 짜리라고.

그니까 일주일만 고생하자고.

일주일이 길다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위의 사건은 복잡하고 억울한 사건이어서 일주일이었지, 대부분은 3일로 마무리되었으니 걱정 말아라.


2.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너무 높이 올라가면 추락할 높이가 늘어난다.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쾌락처럼 갑자기 빠르게 기쁨을 느끼면 그만큼 빠르게 내려와서 추락한다.

천천히 기뻐지고 잔잔히 슬퍼지자.

'무뎌진다'는 것은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감정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3. 기대하지 말자.

너무 기뻐도 그것을 즐기는 것은 짧게 하자.

그에 관한 감사함을 느끼자.

기쁜 일은 하나일 뿐, 그것이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지 말자.

예를 들면, 주식이 올랐다고 앞으로도 이 패턴으로 돈을 벌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미래를 구축해 버리는 것이다.

그럴수록 실망도 크다.

지금 올랐으면 지금이 그런 것이다. 미래까지 기대하지 말자.

예측 가능한 미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일이라면 확신하지 말자.


4. 경험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흔히들 나이가 들면 무뎌진다고 한다.

사실 나는 나이와 연관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나이는 숫자가 아닌 횟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비슷한 상황의 반복적인 경험이 나의 대응력을 늘린다.

나이와는 상관없다.

경험치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저절로 괜찮아질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나이가 어리다고 나는 아직 힘든 게 맞다고 여기며 열심히 힘들어하지 말아라.

단순히 경험치를 늘렸고, 그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5.'무뎌진다'는 것은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이별이 힘들다.

작은 이별도 힘들고, 어릴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서 힘들다.

하지만 괜찮다.

여러 번 겪어보니 내가 느끼는 힘듦이 유한했다는 것을 배운 것뿐이다.

힘들면 누구를 찾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회피해야 하는지, 지금은 회피해도 되는 상황이 맞는지

이런 것들을 알아갔을 뿐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어떡해.. 나이가 들면 세상이 재미없어지나 봐..'

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내일이 되면 내일의 퀘스트가 생긴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도 우린 힘든 순간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하루 더 능숙하게 대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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