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 선수입장

평균 연령대 56세인 곳에, MZ 입장

by 첨지

스물 두 살에 나는 인생 첫 휴학을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름을 댄다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취직했다. 종류도 장르도, 어느 무엇 하나 말한다면 한정되기 쉬울 정도로 특이한 음식이다. 그러니 한국 고전에도 나온 적 있는 음식이라고만 말해두겠다.



사실 난 그렇게 유명한 집이라는 걸 몰랐다. 내가 알바천국 앱에 들어가서 본 조건은 오직 두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첫째, 집에서 가까울 것. 다양한 알바를 전전하면서 느낀 건, 일은 정말 거리가 전부라는 점이다. 가까운 게 장땡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06년생이 있다면 명심해라. 첫 알바는 집에서 3분 거리 이내에 있다면 일단 대성공이다.



둘째, 일주일에 5일 이상 근무할 수 있을 것. 내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 월급이 200만 원 넘게 찍혀있는 곳 위주로 지원을 넣었다. 후일담으로 덧붙이는 건데, 2024년 기준 월급 230만 원은 최저시급에 불과하다는 걸 그때 나는 몰랐다.



어쨌든 이 두 조건에 부합하며, 가장 빠르게 연락이 온 곳에 나는 덥석 취직했다. 사실, 다른 곳은 고려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연락이 왔기 때문도 있다. 지원한 지 두 시간도 안 됐는데도 나는 점장님한테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취직이 빠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명심하자.



나는 안일하게 할머니 두엇과 도란도란, 마늘이나 까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슬쩍 일어나 주문을 받는 그런 일터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나를 맞이한 건, 무슨 백화점만큼이나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곳의 하루 매출이 내가 일한 지점에서만 평균 2000만 원을 넘어간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상상도와 유일하게 맞아떨어졌던 건 직장 내 연령뿐이었다. 주방과 홀을 포함해서 스무 명이 넘어가는 직원들의 나이는 하나같이 우리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가장 어린 분의 연세가 73년생이었다!

물론 그 나이대 분들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러니까 내 인생 첫 직장은 하루 평균 매출이 2000만 원을 넘어가고, 직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50대인 곳이었다는 점이다.



눈주름이 살포시 잡혀있는 분들 사이에 세상풍파 멋도 모르는 20대 초반 여자가 끼어있는 건 가히 진풍경일 게 분명하다. 아직도 손님 중에는 날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다. “아줌마가 아니네.” “알바겠지.” 이런 말은 약과다. 나도 같은 정직원인데도, 한 번은 나를 보자마자 “다른 사람 불러주세요.”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든 나이 들어 보려고 진주 귀걸이를 차고 간 적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MZ로 사는 것도 어느 방면에서는 고달프다.

[system] 진주 귀걸이 착용, +10세 효과를 획득하셨습니다.



50대와 20대의 세대차이는 굉장하다. 이곳의 점심시간에는 서로의 MBTI를 묻는 대신 혈액형을 묻는다. 첫날 입사하자마자 들었던 이야기의 주제는 심근경색이었다.

그뿐이랴. 자식도 둘셋, 그 자식의 자식도 가지고 있는 직원분들에게 웬만한 섹드립은 우습다. 쌈채소 바구니에서 실한 고추를 집어 들고 낄낄거리는 일은 별 일도 아니다. 나한테 나훈아 노래를 아냐고 묻는 분도 있었고, 새로 생긴 메리트 클럽을 가봤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숨만 쉬어도 MZ가 된다. 1년 전에 사서 다 해진 보스 헤드셋을 끼고 출근하기만 해도 동료들이 감탄을 해준다. “역시 MZ네.”



나는 6개월의 근무를 마치고 이번 달로 퇴사를 앞두고 있다. 뻣뻣하게 한 자리에만 망부석처럼 서있었던 나는 지금은 홀에 나가기만 해도 동료 직원분이 “첨지 나왔네. 선수 입장했구만.”라고 말해준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인생 첫 휴학기에 첫 직장에서 겪었던 일들에 관한 기록이자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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