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옥 속으로

by 그믐

다음 날 나는 일어나자마자 곧 이 근방 중학교란 중학교를 다 뒤지기 시작했다. 지안을 만나야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지안을 꽉 안아주어야 했다.
이 근방에 있는 중학교는 세 곳 정도였다. 나는 그 세 곳 모두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학생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다는 것이 학교의 대답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나는 조금 더 원초적인 방법으로 지안을 찾기로 했다. 지안이 어제저녁에 걸어간 그 골목에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그 늦은 시간에 지안이 향할 곳은 집일 확률이 높기에 그 골목 근처 모든 집을 수소문할 계획이었다.
출발하려던 찰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왜인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고, 휴대폰 너머에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미희 기자님, 맞나요?"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내가 맞는지 확인하는 질문에 의문을 느낀 나는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내 대답 뒤에 이어진 남자의 말은 좌절, 그 자체였다.

"아, 예. 저 한지안 보호자 되는 사람입니다. 지안이가 어제 집에 들어오질 않았는데 지안이 책상 위에 기자님 명함이 보여서요. 혹시 지안이 어디 갔는지 아시나요?"

지안의 보호자라면 일기 속에 나온 원장이라는 작자가 틀림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이 사람이 지안이를 힘들게 한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나에게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하는 기색이라던지 놀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장은 그저, 지안이 어디로 갔는지를 물을 뿐이었다.
기자로서 일을 한지는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니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긴 '감'은 이 사람에게 지안의 정보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잠깐의 침묵 끝에 지안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원장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알겠다며 전화를 뚝, 끊었다.
그는 놀랍도록 신사적임과 동시에 비신사적이었다. 그의 중저음 목소리와 어우러진 친절한 텍스트는 그가 배운 사람임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그 목소리 뒤에 숨겨진 어딘가 조금 싸한 태도와, 자신의 용무가 끝나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 등의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행동은 그가 어딘가 삐뚤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은밀하게 전해오고 있었다. 어쩌면 지안이 지난밤 집에 가지 않은 이유가 원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지금 당장 지안을 찾는 것보다 원장이라는 작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 것이 더 먼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아까 전화가 걸려온 번호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고, 통화 연결음이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한번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차분한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내 무의식 깊은 곳에 남아 매일 밤 나를 괴롭히곤 한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3. 지옥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