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사랑스런 내 친구들

쓰뤩

by Biiinterest

24.05.25(토)

오랜만에 쓰뤩 모임이 있는 날이다. 상원이의 딸 서현이의 돌잔치 덕분에(?) 넷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느덧 나이를 먹고 각자의 삶이 바빠지는 시기가 찾아와 친구라는 존재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쉽지 지 않은 순간이다. 둘이 만나는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넷이 시간을 맞추는 건 정말이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 얻은 넷이 만나는 시간 당연히 술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후 덕에 술자리지만 술자리가 아닌 술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돌잔치 뒷정리까지 하고 오면 늦어지는 상원이를 빼고 남은 셋이 시간을 먼저 보냈다. 의태가 화원을 오픈한 지 어느덧 6개월 정도가 된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 차가 없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었다. 마음 한편에 늘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돌잔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원이 있어서 들리자고 했다. 최근 인스타를 통해 자주 화원의 모습을 봐서인지 유독 가고 싶단 생각이 컸다. 특히 찬란하다는 단어가 꽂힌 요즘 의태의 가게 이름이 "찬란한"이라는 것은 역시나 더 가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가는 길에 조그만 방문 선물을 급하게 준비해서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옷 스타일링을 꽤나 잘했던(아, 물론 지금도 잘한다.) 의태의 센스가 여기에서도 발휘가 된 것일까. 화원의 내부가 깔끔과 세련됨이 공존하는 멋진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제는 사장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 어쩐지 듬직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맨날 술만 마실 줄 알았던 의태의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빈손으로 가고 싶진 않았기에 상황극을 좋아하는 나는 손님으로의 태세 전환으로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랐다.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사지 않을 생각으로 여기저기 돌아보는데 이런...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잖아. 키우기 쉬운 난으로 추천을 받고 마음에 쏙 드는 "에피씨클리아 - 벨몬트" 이 친구로 결정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화원 뒷정리를 마치고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셋이서 사우나에 들어가니 역시나 말로 표현할 것 없이 좋았다. 자고로 남자들끼리는 알몸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 필요 없는 알몸 소통이라고 해야 할까. 목욕탕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찐친으로의 성립 조건이라는 그런 말이...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아닌가.... 허허. 그렇게 오랜만에 목욕탕에서의 수다였지만 가벼움보다는 진지함이 묻어다는 대화가 오고 갔다. 특히 사장으로서의 의태의 모습에 응원과 격려에 대한 대화가 많았다.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는 의태에게 오지랖쟁이인 나는 약간의 훈수를 두면서 더 번창하기를 바라는 말을, 지후는 지금처럼만 해도 정말 큰 성공이 찾아올 것이라는 듬직한 말을 전하며 우리는 예전과 다른 성숙한 모습으로 사우나장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사우나장을 나와 상원이와의 합류. 어디 가지 고민하지만 역시나 발걸음은 익숙한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맛있지도 않은, 그렇다고 가격이 많이 저렴하지도 않은 곳이지만 그냥 편하게 술자리를 할 수 있는 우리의 공간. 굳은 의지의 지후와 그 의지덕에 어찌어찌 금주(?)를 하고 있는 나는 음료수, 의태와 상원이는 소주로 자리를 이어갔다. 넷이 모이면 부어라 마셔라 누군가는 만취가 되어 사건사고 하나씩은 만들어 가는 우리의 술자리였는데 둘만 술을 마시는 장면이 조금 어색했다. 속에서 내적 갈등이 심해지면 옆에 지후를 한 번씩 쳐다본다. 전혀 개의치 않아 보이는 지후를 보며 내면의 갈등은 점점 사그라져간다.

수다쟁이 상원이를 필두고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고 갔다. 넷이 모이면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하면서 마셨던 술자리였지만 이제는 대화의 질이 많이 달라졌다. 애를 키우는 이야기, 사장으로서의 이야기, 투자 이야기, 공부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가 대화를 채우고 그 주제들은 하나같이 발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고 있었다. 늘 소모적인 대화와 술자리를 가졌던 우리에게 이제는 발전적인 대화와 절제가 이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정말이지 너무 신기하다. 넷 중에 한 명이라도 예전과 같은 모습을 추구한다면 이 자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우리의 마음이 통하고 있음을 더욱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다.


나에게 친구라는 건 어쩌면 "전부"였다. 물론 지금도 내 삶에 많은 부분이 친구라는 존재로 채워져 있다. 그런 친구들이 나와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하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지금 비록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이 순간이 지났을 때 변해있을 우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 쓰뤩 친구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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