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중입니다.

불안한 마음, 불편한 마음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

by Biiinterest

24.05.27(월)

오늘은 당신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늘 제 멋대로인 당신과의 만남에 오늘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오늘 뭐 할지 물어보는 당신에게 회에 소주한 잔 어떠냐고 물었다. 술이 마시고 싶지 않다는 당신, 나 역시 술을 마시면 또 말싸움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술에 힘을 빌려할까라는 의도였지만 실패했다. 그러면 좀 가볍게 바람이라도 쐬러 가는 게 어떨까? 다행히 좋아하는 반응에 여기저기 멀지 않은 장소를 찾아봤다. 그렇게 처음으로 월미도를 갈 수 있었다.


서로의 속마음은 감춘 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포장해 온 닭강정을 먹으며 월미도를 향했다. 늘 즐거웠던 당신과의 만남이 지금은 불안함이 자리를 차지한다. 즐겁지만 불안한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당신과의 관계 속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꺼내게 된다.


시원한 바람이 마음도 시원하게 해 준 것일까. 월미도에서 당신과의 시간은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음 한편에는 불편, 불안이라는 감정이 자리를 잡았지만 즐거움이 잠시 그 자리를 뺏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조금 덜 불편해하는 당신의 모습에 나도 당신을 덜 불편하게 대할 수 있는 시간, 그렇게 꽤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왔다.


조금 걷고 싶다는 당신의 말에 차를 집 앞에 세우고 걸어서 집을 바래다주었다. 이제야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는 당신. 저번주에 있었던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만든 순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가 처음으로 당신에게 화를 냈던 그날. 당연하게도 당신이 나에게 미안했을 그날의 하루. 하지만 의외의 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되려 화가 났다는 당신. 내가 기다리지 않고 갔다고 생각한 당신. 난 분명 기다렸고 당신이 나를 무시한 채 무단횡단까지 하면서 갔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조금씩 우리의 오해가 풀려가면서 늦은 밤, 차가운 밤공기가 차갑다고 느껴지지 않는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분명 따뜻한 시간, 따뜻한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졌지만 마음은 역시나 불편했다. 우리의 관계가 이제는 조금 멀어지고 있는 중일까. 벌어진 우리의 사이가 느껴지는 요즘, 끝을 상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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