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르네, 기대하고 싶어지는
24.05.29(수)
5월 31일 바다의 날, 나의 생일이다. 나는 내 생일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생일 하면 떠오르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나쁜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가득한 시간이 나에겐 없다는 것만으로 나는 내 생일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웃긴 이유인 것 같네. 뭐 어찌 됐든 난 내 생일을 기대하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나.
그래도 생일에 일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목금토 휴무를 정해놨다. 유일하게 하나, 혼자 있는 내 생일을 챙겨주겠다던 나형이와의 약속을 기준으로 휴무를 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일을 기다리지 않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월미도를 갔다 오고 조금은 날 대하는 게 한결 편해진 당신이었다. 틈틈이 전화도 하고 카톡도 빈도수가 늘었다. 내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5월 31일 바다의 날"이라는 카톡을 월요일에 남겼던 터라 절대 잊지 않겠지. 그래서 그런가 뜬금 마린보이라는 단어를 쓰는 오늘. 뭔가 이상했다. 수상했다.
오늘은 유독 배가 고파서 점심을 조금 일찍 먹으려고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냉면과 삼겹살. 오늘의 날씨에 아주 적절한 메뉴였다.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면서 카톡을 보내는데 갑자기 먹지 말라는 당신. 뭐지 당신이 냉면을 먹고 싶었는데 못 먹어서 먹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배고파서 후다닥 밥을 차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어오는 배달기사. "33 맞으세요?" 뜬금없이 물어보는 게 아닌가. "네?" 케이크 배달이었다. 아 내 나이인가? 뭔가 당신이 보낸 것 같은 느낌이 와서 받아보니 배달기사님 요청사항에 "마린보이 크게 불러주세요."가 적혀있지 뭔가. 하하하 다행이다 배달기사님이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으셔서.
바로 카톡으로 고맙단 말과 함께 놀람을 표현했다.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뭔가 더 온다는 게 아닌가. 우린 이미 냉면에 삼겹살을 먹을 준비를 끝냈는데... 그렇게 오늘 점심은 대환장 폭식 파티가 시작되었다. 뭐가 올지 모르니 조금만 먹자고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냉면과 삼겹살이 너무 맛있어서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빈 그릇이 생기고 배달기사분이 도착했다. 하하하. 피자 두 판이 도착했다. 상을 치우지 않고 옆에 상에 다시 상을 차렸다. "배고프시죠? 점심 식사해요 우리 하하하." 다들 나의 상황극에 맞장구를 치며 오늘의 두 번째 아니지 첫 번째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배가 찢어질 것 같은 포만감, 내일부터 쉬니까 직원들과 생일 파티 할 시간이 없을 거라며 오늘 하라고 만들어준 파티(?)가 내 맘을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기대하지 않는 나의 생일에 기대가 찾아왔고 오늘이 그 첫 번째 생일 파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내일, 모레 3일간 나의 생일 파티가 펼쳐질 것 같았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