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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10. 2024

인생은 타이밍

쌓이는 고마운 마음

24.06.05(수)

생각의 정리가 끝났고 지후도 나도 같은 생각으로 귀결됐다. 그래, 이번주까지만 하자. 그렇게 간단한 인수인계만 마치고 이번주까지만 하고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사장님이 오시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장님 역시 그렇게 하자고 하시며 우리의 짧고 긴 여정을 마치고자 했다.


마무리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뒷정리가 거의 끝이 났다. 영업 전 청소정도를 제외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정도로 끝을 냈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퇴근만 하면 될 것 같은 상황, 사장님께서 이야기를 하자고 부르셨다. 이번주가 아닌 내일까지만 일해줬으면 한다는 말이었다. 사실 그러면 오늘까지만 일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삼키며 알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후련한 기분이 앞섰다. 같이 일하시 던 분들에게도 말씀을 드려야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과 퇴근 시간도 겹쳐서 간단하게 실장님에게 말씀을 드리고 대책을 좀 세우셔야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제 정말 끝났다. 답답 후련한 마음으로 집에 있기 싫은 오늘, 타이밍 좋게 나형이와의 술 약속이 생겼다. 요즘 참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동네 친구가 정말 정말 너무 좋다. 다이어트 중이라 식단을 하지만 나형이도 오늘은 술이 마시고 싶은 날이라고 했다. 무슨 슨일인지 어떤 이유인지 굳이 말하지 않는 나형이에게 나도 굳이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술집에 도착하자 인테리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 도심 속 대나무숲? 음식 비주얼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일단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식욕도 터진 오늘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죄다 주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식좌인 나에겐 무리일까 싶은 마음에 호기로운 마음은 접고 메인 메뉴 하나와 소주를 주문했다. 참이슬파인 나와는 다르게 새로파인 나형이에게 오늘도 양보를 했다. 신기하게도 참이슬이 아닌 다른 술을 마시면 다음날 유독 두통이 찾아온다. 그래도 많이 마시지 않을 생각에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내가 나형이를 아직 잘 몰랐다. 지후랑 비슷한 술이 술을 부르는 그런 부류였다. 지후와 마실 때 느꼈던 느낌 "한 병 더"를 끝없이 외치는 존재. 한 병, 두 병 그리고 어느새 네 병까지 늘어나는 술. 이거 이거 술쟁이었다. 저번에는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그냥 술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리고 꽤 잘 마신다.

요 며칠 있었던 일들을 나형이에게 말해주며 위로와 축하를 받았다. 나의 퇴사는 걱정거리지만 남의 퇴사는 부러움의 대상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나형이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걱정은 은나중이고 일단은 좋은 것은 맞는 것 같았다. 비록 내일은 출근이기에 과음이 부담스럽지만 하루만 가면 끝이기에 한 병 더를 외치는 나형이를 말리지 않았다. 생일 전에도 오늘도 나형이와 함께하는 술자리가 내 마음에 고마운 감정을 쌓아가고 있다.


"나형아, 나 부탁 하나만 할게.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뭔데?"


"일단 들어주겠다고 하면 말할게 ㅋㅋㅋ"


"싫어, 뭔데?"


"별거 아닌데 너한테 좋은 거야. 알겠다고 해."


"흠... 알겠어."


"오늘 술 값은 내가 낼게."


기대하지 않았던 올해의 생일에 좋은 기억으로 찾아온 나형이, 오늘의 헛헛한 마음을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준 나형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다. 별거 아닌 거라고 말하지만 그 별거 아닌 게 나에겐 큰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기분 좋게 술 값을 계산했다.


마음에 쌓이는 고마움. 다가 올 너의 생일에 그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갚을게 나형아.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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