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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09. 2024

이제는 정말 끝.

목표를 찾기 위한 새로운 시작

24.06.04(화)

요즘 들어 당연하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다. 


"당연한 것 아니야?"


나도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했다. 이 말을 할 때의 기준이 '나의 당연함'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말이다. 내가 느끼는 요즘, 당연한 건 없는 세상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기에 말이다.


출근하고 부지런히 가게 재오픈을 위해 정리를 시작했다. 공사하시는 분들이 어제 제 제시간에 오지 않아서 일정이 조금씩 뒤로 밀려있는 상태였다. 오늘도 예상보다 진행되지 않은 공사 상태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눈에 가시 같았던 홀에 있는 세면대를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았기에 지후와 으쌰으쌰 열심히 정리를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정리하고 나니 한결 깔끔해진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재오픈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이 느껴졌던 걸까 일하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 오신 분들과 나름의 쿵작도 잘 맞는 것 같아 앞으로의 가게에서의 일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다. 비록 오래 일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일은 성취감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리마인드의 시간이었다.


늘 약속 시간은 무시하는 사장님, 오늘도 말한 시간과는 한 참 늦은 시간에 매장에 도착하셨다. 매장으로 오셔서 하시는 첫마디가 세면대를 왜 치웠냐는 말이었다. 당황한 지후와 나, 사용하시는 손님들도 없고 위치상 여기에서 직원들이 행주를 빠는 건 손님들 식사에 방해가 되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리뉴얼 과정에서 치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전했다. 말도 없이 치우냐고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화를 내지 마시고 대화를 하자고 말을 전했다. 다시 설치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혹시 치우면 안 되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당연히 세면대가 홀에 있어야 한다는 사장님, 계속해서 화를 내면서 설치하라고 버럭버럭 하시기에 알겠다며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오자마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화를 내시는 사장님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조금 흥분한 감정을 가지고 다음 이야기로 있어갔다. 


"사장님 제가 4월 급여에 대해 카톡을 드렸는데 읽고 답장을 하지 않으시고 계속 말씀이 없으셔서요.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6월이지만 아직 4월 급여를 다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가게가 어려운 상황을 잘 알기에 급여에 대한 독촉을 하지 않았다. 매번 늦게 급여를 주셨지만 월을 넘긴 적은 없기에 조금 더 기다리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장님은 사장님했다. 말하지 않으면 주시지 않았는 분. 급여가 늦는 것에 대해 그렇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시는 분. 돌아오는 답변은 심플했다. 


"응, 줄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5월 급여도 아니고 4월 급여입니다. 지금은 6월이 넘었고요. 언제까지 주실 수 있는지 말씀을 해주셔야 저도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줄게."


"네? 사장님 4월 급여입니다."


정말 말 같지 않은 대화가 이어지면서 점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치명타로 다가오는 한마디.


"신고해 그냥."


아... 뒤에서 지켜보던 지후도 표정이 굳어갔다.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는 사장님과 뒤에서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지후. 일단 세면대를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빠르게 세면대를 설치하고 다시 사장님에게 가서 말을 붙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신고하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갔다.


"사장님, 4월 월급여를 다음 달인 7월에 주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어, 그리고 너희 앞으로 주 6일 근무에 그동안 내주던 세금도 이제 너희가 납부하고 급여도 앞으론 그렇게 못 줘."


휴대폰을 마지면서 던진 사장님에 말에 정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후를 통해 대충 이야기를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화가 나신 상태에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 던지듯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셋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던 부분이기도 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때 울리는 휴대폰 알람. 입금 문자였다. 이 사람 지금 나하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여기에서 등장했다.


"하, 씨발."


내가 앞에 서있는 상황, 욕을 하는 사장님. 


"사장님 혼자 하시는 말이라도 제가 앞에 있으면 저한테 하는 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은 하지 마시죠."


도저히 못 참겠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싸울 순 없기에 그냥 자리를 피하는 걸 선택했다. 지후와 대화를 하면서 조금 진정하고 그만두는 일정을 좀 더 당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사장님이 오시기 전 앞으로의 희망찬 미래를 잠시나마 그려봤던 나 자신이 치욕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남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사장님을 찾았다. 자리를 비우셨는지 보이지 않아 전화를 드렸다. 어디시냐는 질문에 알겠다고 간다고 하고 끊으시는 사장님, 그렇게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으시더니 저 멀리 사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셋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드디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오자마자 화를 내셨던 게 신경이 쓰이셨던 것일까.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신 사장님은 예상과 다른 말로 시작했다. 본인의 현재 상태, 힘들었던 최근 일들과 새로 오신 실장님에 대한 하소연들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늘 논점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시지만 오늘도 역시나였다. 듣다 보니 아까 오셔서 화를 낸 이유가 그냥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었으니 이해해 달라는 뉘앙스였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분이다. 본론은 이야기하시지 않기에 먼저 본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급여는 그대로인 채 주 5일 근무에서 주 6일 근무로의 변경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가게 사정을 잘 알기에 합의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렇게 하는 책임을 새로 오신 실장님에게 떠넘기며 본인의 의지가 아님을 말하시는 사장님. 그래, 여기까지. 실장님과 대화를 좀 나누고 내일 마저 이야기를 하기로 하며 일단락되었다.


빨라도 이번 달까지는 일하고 그만 둘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그만두는 계획을 세워야겠다. 인수인계까지 생각하면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 주까지면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두고 일주일만 강원도로 에어비엔비 숙소를 잡고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면 지후와 함께 가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다. 각자 생각을 좀 정리하고 내일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계획이 없으니 조금은 막막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자존감,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이 시간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정리를.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자. 그동안 살아왔던 자유를 찾던 나. 성공을 위해 살아가는 현재. 둘 사이의 괴리감을 좁히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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