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킁킁총총 Jun 12. 2024

백수 첫날, 이래도 괜찮아.

뭘 해도 괜찮잖아?

24.06.07(금)

백수 1일 차,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눈을 떠도 다시 눈을 감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눈을 뜨고 다시 감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되어있었다. 일어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저녁 시간까지도 계속 잘 수 있을 것 같은 피로감과 무기력함이 이어졌다. 다시 눈을 감는데 순간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저녁이 찾아올까 봐 덜컥 무서운 마음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오후 3시. 미쳤다. 심지어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인스타그램을 눌러 잠을 깨 보려고 했다. 천선란 작가님의 스토리에 올라온 아무튼, 디지몬의 사전 구매 후기들이 올라온 것이다. 덕질의 기본은 사전 구매라는 생각에 바로 예스24로 접속, 도서를 검색했다. 한 권만 사면 배송료가 있으니 이 기회에 사고 싶었던 책을 더 담았다. 바로 일기떨기 캐스터분들의 책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를 함께 구매하기로 했다. 눈뜨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이 덕질이라니. 기분이 좋아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5,6월에만 산 책이 몇 권이더라. 책은 늘어나는데 읽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는군. 이러다가 책이 쌓이기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책에 좀 더 관심을 가지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최근 우선순위는 전략적 팀전투의 마스터 티어 달성이기에 조금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평소 같았으면 시즌이 바뀌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면 달성했는데 사람들의 수준이 올라간 것인지 나의 멘털이 바사삭인지 살짝 헷갈리기 시작한다. 아마 둘 다 일 것 같지만 이번 백수 기간에 빠르게 달성하고 책에 좀 더 진심으로 임해야겠다. 책의 우선순위는 천선란 작가님의 책들. 그렇게 정했다. 난 이번 덕질에 진심이니까.


백수 첫날부터 부지런한 건 백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핸드폰과 침대를 벗 삼아 시간을 보냈다. 아니 시간을 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사실 이런 시간을 좋아하지 않기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는 조언을 몸소 실천해 봤다. 역시나 나에게 맞지 않지만 나름의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아주 조금은 들었다.


두 시간쯤 이러고 있었을까. 더 이러고 있다가는 속이 답답해 미칠지도 모르겠다. 기왕 시간을 버릴 거라면 카페에서 시간을 좀 버릴까. 별거 아닌 일을 하더라도 카페에서 하면 생산적인 일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그래, 카페로 가자. 시간을 예쁘게 버려보자.


카페에 앉아 내가 맡은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급여 목록들을 정리하고 파일을 넘기며 마무리. 이제 정말 끝이다. 내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려는 순간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에 기존 알바 한 명을 출근시킬 수 없냐는 내용이었다. 다 정리하라고 하시더니 역시나 필요하겠지. 심지어 지후에게도 연락을 받았는데 지후도 출근을 해달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역시나다. 인수인계 필요 없으시다더니 하하하. 지후는 출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알바분에게 연락을 해서 상황 설명을 드리고 의견을 여쭸다. 마침 드려야 할 물건이 있어서 시간이 되면 카페에서 이야기를 좀 나누자고 했다. 가게가 쉬는 동안 있었던 일과 사장님과 있었던 일을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 수다를 마치고 털어냈다. 이제 정말 끝이다. 더 이상 가게와 일적으로 연락하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을 버리려고 했던 카페에서의 시간은 역시나 나름의 생산적인 일들로 느껴졌고 아마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이대로 집에 가서 잠을 자기에는 너무 많이 잤지만 다시 침대에 널브러지기로 했다. 아참, 내일 등산을 가기로 했었지. 지후랑 대화를 하며 약속 시간을 정하고 준비물을 챙기려고 했지만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이번 등산은 장비 없는 등산으로 진행하는 걸로. 날이 덥기에 오전 등산, 심지어 7시간짜리 코스라니. 등린이에게 너무 가혹한 미션이라 겁이 났지만 해보기로 했다. 비 소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일정이 취소될 확률이 높다고 하는 지후의 말에 속으로 취소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나.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창 밖으로 빗소리가 제법 거센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다. 아마 일정이 취소될 것 같은 바람과 소망으로 좀 더 늦게 잠을 청해 본다. 솔직히 가기 싫다. 이히히. 그렇게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을 자는 멍청한 짓, 그렇지만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이전 07화 퇴근 아니지 퇴사하겠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