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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13. 2024

찾았다 내 사람. 내가 찾던 사람.

수많은 점들 중 하나.

24.06.08(토)

역시나 우천 취소! 너무 반가운 소식에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행복한 백수 2일 차.

오늘의 일정은 등산과 독서모임이었는데 둘 다 가기에는 조금 벅찬 일정이긴 했다. 빗소리가 반가웠던 건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낯설지만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뭐 그냥 피곤했던 거였기도 하고 그렇게 다시 잠을 청하고 오늘도 오후에나 일어났다는 백수의 하루였다.


오늘도 여전히 무기력하다. 이번 백수 생활 10일간의 목표는 간단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지. 나에겐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밀려오는 수많은 생각들. 사실 그렇게 쓸모 있는 생각들이 아닌 그런 생각이 밀려오는 순간들이 나에겐 피로감으로 찾아온다.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면 간단하게 답을 해준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돼."


그게 안 된단 말이다. 어떻게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멍 때린다는 말을 가끔 하지만 그 순간조차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게 나다. 아무쪼록 쓸데없는 생각을 줄일 수 있는 나의 백수 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오랜만에 가는 독서 모임이었다. 미리 가서 책을 좀 읽고 있으려고 했지만 백수란 원래 이런 것일까. 몸이 유독 굼떠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미적거리다 보니 어느덧 가야 할 시간이 돼서 부지런히 모임에 임했다. 반가운 얼굴과 낯선 얼굴이 반반 섞여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주어진 50분 간 책에 꽤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역시 몰입감을 주는 천선란 작가님의 책. 오늘 작가님에 대해 소개를 할 생각으로 나인을 들고 왔는데 벌써부터 설렌다. 나의 덕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작가님 또한 알리는 이 시간이 나에겐 설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각자 가져와서 읽은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 모임장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고 두 번째 순서로 내가 정해졌다. 설레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웃는 얼굴로 아니지 반한 얼굴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반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책보다는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다행히도 작가님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이 한 분 계셨다. 나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듯한 표정 그리고 눈동자가 나의 말에 자신감을 더 불어넣어줬다. 더 신이 나서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를 만큼 입이 알아서 떠들었던 순간. 말하면 끝없는 시간임을 알기에 최대한 간추려서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조금 부끄러운 감정이 찾아왔다. 누군가를 덕질하고 이걸 소개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첫 덕질은 혼자 해봤기에 이렇게 공개된 덕질은 처음이다. 하지만 꽤 괜찮은 기분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최애라는 거구나. 그렇게 나의 순서가 끝났다.


가장 궁금했던 맞은편에 앉아계신 새로 오신 분. 역시나 말하는 분위기가 심장치 않다. 브런치 작가로, 독립출판 저자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어 강사로도 활동하시는 그분의 말에는 강사다운 설득력, 전달력이 느껴졌다. 그렇게 대화의 많은 시간이 그분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많은 질문과 많은 관심이 오고 가며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나 역시 이 분위기가 낯설지만 어쩌면 이런 분위기가 나에게는 딱 맞는 것 같단 생각까지 들었다.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글쓰기의 매력이 어필이 되면서 속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이렇게 나만의 일기로 글 쓴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수준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더 글을 쓰기에 충분한 동기를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마지막 차례가 다가오면서 나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던 분의 순서였다. 진작에 그 분위기를 알아봤지만 포스가 역시 남달랐던 그분! 편집자겸 글쟁이였다. 아, 편집자라니. 너무 궁금한 직업. 나의 최애 3인방 중 소진 편집자가 겹쳐 보이며 더욱 빛나보이는 그분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 소설책을 들고 오셨기에 더욱 동질감을 느끼며 같은 주파수로 진동하는 느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요목조목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분의 말에 나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고 마음은 스스로 공감하는 듯했다. 심지어 내가 가입해 볼까 고민했던 글쓰기 모임의 모임장이었단 말에 선망의 대상을 찾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내 심장이 얼마나 뛰었을지 짐작이나 될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많은 점들이 찍히고 그 점들이 이어져가는 듯한 순간들을 경험한다.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나의 삶에 중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음은 확실한 것 같다. 이 수많은 점들을 찍어가고 이어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설레는 오늘. 앞으로도 많은 점들을 찍는 나의 하루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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