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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15. 2024

새롭게 정의하고 싶은 인간관계

앞으로의 나의 숙제

24.06.10(월)

이번 생일에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었다. 특히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거리도 멀어졌던 사람들에게 온 반가운 연락들도 꽤 있었다. 그중 노원에서 지낼 때 아꼈던 동생에게 온 연락, 생일 축하 메시지와 인사치레로 건네는 듯한 언제 한 번 보자는 말이었지만 꽤나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연락을 마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보자는 말이었다. 몇 개의 날짜를 알려주고 시간 되는 날 맞춰서 보자는 동생의 적극적인 모습에 더욱 기뻤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약속을 잡은 날이 바로 오늘이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저녁에 만나기로 한 오늘 집에서 멍하니 있기는 아쉬워 조금 일찍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아울렛도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가디 아울렛에 얼마 만에 온 건지 낯선 환경에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그냥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백수라는 타이들을 달고 온 아울렛이라 그런지 선뜻 물건을 사는 행위로 연결되기란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집어 들고 한번 더 그리고 한번 더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없어도 괜찮잖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물건을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돌아다녔더니 조금은 무기력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거 하나 못 사진 않잖아! 그래도 계속되는 불필요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어딜 가나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크게 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게임도 하는 시간이 나에겐 전부 생산적이라는 생각으로 다가와서 그런 것 같다. 사실 크게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어찌 됐든 내 기분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카페에서의 시간이 훅 지나가고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미리 찾아 놓은 고깃집이 있었지만 동생이 찾은 고깃집이 내가 있는 곳과 가깝기에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소고기 무한리필 집이었다. 오늘은 폭식을 좀 해볼까.


오랜만에 만났다. 대략 6,7년 정도 만에 만나는 것 같았다. 20살의 꼬맹이로 시작해서 20대 초반의 모습만 봤는데 어느덧 29이 된 동생을 보니 어색함을 감추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내가 어색해하는 모습을 동생도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과거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식사를 이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함도 차츰 사라지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짐을 느꼈다. 추억으로 시간 된 이야기는 어느새 현재의 우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었고 달라진 모습도 적응이 되었다. 그동안 정말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한 내가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먼저 연락해 준 동생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앞섰다. 앞으로도 더 자주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자주 보자는 동생의 말에 나도 먼저 연락하겠다는 답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두 시간의 식사 시간이 긴 듯 짧았던 오늘,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던 마음에 아직은 괜찮아라고 말해준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받은 상처와 기쁨들, 이제는 조금 지쳐있는 인간관계가 나에겐 요즘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를 끊고 살 수는 없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것임을 느낀다. 오늘의 이 감정이 앞으로 나의 인간관계의 잣대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책장에 이번 생일에 받은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가 눈에 보인다. 이번 생일은 나에게 명확한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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