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24.05.02(목)
"오늘은 농구를 꼭 하겠어." 지후에게 선포했다.
내 두 번째 일기, 두 번 모두 지후가 등장한다. 언제까지 내 일기에 지후가 등장할지 갑자기 궁금해지네.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달리기를 시작했었다.
사실 하나도 즐겁지 않지만 운동을 위해 무작정 시작했고 띄엄띄엄 달리기를 해왔다.
이런 나를 보고 지후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달리기에 임하는 것이 아닌가.
입에서 틈만 나면 "뛰고 싶다."라고 말하며 달리기가 재밌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하게 보였다.
즐겁게 달리기에 임하는 지후를 보며 자극을 받아 나도 더 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하지만 즐겁지 않았다. 즐겁지 않기에 달리러 가는 발걸음은 늘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뛰면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는 해야 할까? 어찌 됐든 뛰고 나면 뿌듯함이 있기에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즐겁게 운동하고 싶단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역시 공 놀이지."
특히 농구를 좋아했던 나에게 달리기 하는 장소 바로 옆에 붙어있는 농구 코트는 늘 눈에 밟혔다.
날이 풀려서 그런지 농구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나도 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농구하자."
나다움을 찾고 있는 나,
조금씩 변하고 싶은 나,
그렇게 집에 있는 산 지 1년이 넘은 새 농구공을 가지고 왔다.
오늘은 퇴근하고 꼭 농구를 하고 싶었기에 들뜬 마음에 하루를 보냈다. 빨리 퇴근하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퇴근 시간이 1시간가량 늦어졌다. 만약 달리기를 하러 가는 나였다면 늦었으니 내일 뛸까를 고민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 빨리 집에서 공을 챙기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은 빨라졌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쉬지 않는 나를 위한 선물로 인터넷 쇼핑을 좀 했다. 그래, 그냥 핑계다. 사고 싶은 게 신발이 보였고 마침 좋은 핑계가 있었기에 주저함 없이 살 수 있었다. 고마운 근로자의 날.
빠른 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했더니 택배가 잔뜩 쌓여있었다. 너무 기쁘지만 너무 좋지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평소라면 당장 가지고 들어와 언박싱을 하며 신나 있을 내 모습이지만 오늘은 전혀 달랐다. 택배를 집 안으로 들여놓고 농구공을 꺼낸다. 새 공이기에 비닐을 벗기고 바람을 넣는다. 빠르게 환복을 하며 택배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문 밖으로 향한다.
농구 코트가 있는 장소를 향한 나의 발걸음은 빠르고 가벼웠다. 신기하게도 심장의 '설렘'이 느껴지고 온몸이 그 설렘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도착한 농구 코트에는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순간 사람이 너무 많으니 그냥 돌아갈까 고민을 1초 정도 한 것 같다. 하지만 문을 열고 당당히 들어간다.
농구공의 상태를 체크하고 옷을 벗어던지고 공을 튀기기 시작한다.
내 심장도 공이 바닥을 향했다 튀어 오를 때의 박자에 맞춰 뛰기 시작한다.
"자, 이제 시작이다."
같이 경기를 뛰자는 사람들의 권유를 거절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느낀다.
공이 그물망에 꽂히는 소리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며 이리저리 뛴다.
녹슬지 않은 실력,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실력에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
"유튜브로 공부를 좀 해볼까?"
좀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아니 공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휴대폰을 보니 어느덧 1시간이 지나있었다.
달리기는 15분만 해도 금방 집으로 향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하는 홈트는 10분만 해도 침대로 향하고 싶었는데,
1시간 농구를 즐기고 떠나는 나의 발걸음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 지후가 이런 기분인가?"
지후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이하영 작가의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요즘 이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나를 많이 움직이게 한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나의 삶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내 삶이 책에서 말한 내용을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오늘을 즐기며 살 것이다. 우리는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가 되면 그거로 충분하다.
그 '앎'이 우리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 줄 것이다.
오늘도 나다움을 향한 한걸음이 즐거운 오늘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