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애칭이 만들어진 순간
"킁킁총총"
너무 귀엽지 않나요? 입으로 킁킁총총 따라 해 보세요. 생각보다 귀여워서 피식 웃을 수 있을 거예요.
언제부터였을까? 닉네임을 쓰는 공간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킁킁총총"을 입력하게 됐다.
다른 닉네임은 쓰는 일이 없어졌다. 그런데 왜 킁킁총총을 쓰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뭔가 귀여운 느낌으로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왜 킁킁총총이 되었을까?
누군가 물어보곤 했다.
"넌 왜 닉네임이 다 킁킁총총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큰 의미가 떠오르지 않더라. 뭐였지? 그렇게 킁킁총총에 대해 생각을 시작했다.
킁킁,
나에겐 조금 더러운(?) 버릇이 하나 있다. 습관보다는 버릇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습관은 그래도 좋은 의미 같지만 버릇은 약간 버르장머리 같은 느낌이 나지 않나? 뭐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기에 버릇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바로, 냄새를 맡는 버릇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음식을 차려주면 고개를 식탁으로 내리고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심지어 그냥 밥인데 냄새를 맡기도 한다. 그렇게 음식 냄새를 맡고 있으면 어머니는 늘 말하신다.
"너는 꼭 냄새를 먼저 맡더라."
이 역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냄새를 맡는 게 좋았다. 냄새가 맛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냄새를 맡는 행위가 나에겐 좋았던 것 같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냄새를 맡는다. 특히 정수리 냄새를 맡는 걸 좋아했다. 상대방은 대부분 정말 싫어하지만 나에겐 그 행위가 즐거웠다. 상대방의 반응도 재밌고 그 냄새가 나에겐 '그냥' 좋았다.
왜 정수리 냄새를 맡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다. 뒤에서 상대방을 안고 있을 때면 자연스럽게 코의 위치가 머리 쪽으로 향했고 어느 순간 정수리 냄새를 맡았고, 그게 버릇이 되었다. 이제는 나의 애정표현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수리뿐 아니라 상대방의 살의 채취 또한 좋아한다.
"나의 너의 살 냄새가 좋아."
살 냄새라는 게 있을까? 바디 워시나 로션, 향수 등이 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마다 특유의 살 냄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너의 살 냄새'라는 표현을 썼던 게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많은 시간 속에서 나는 늘 킁킁, 냄새를 자주 맡는다.
이제는 흐릿해진 살 냄새가 그러 워지는 순간이네. 하하하
이렇게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 향기라는 표현보다는 냄새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조금 더러워 보이는 냄새라는 단어지만 나에겐 모든 냄새가 다 좋은 냄새이기에 이 단어를 좋아한다.
"향기롭네요."라는 표현은 있지만 "냄새롭네요."라는 표현은 왜 없을까?
앞으로 내가 좀 써볼까?
"당신 참 냄새롭네요."
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만 쓰는 걸로.
그렇게 킁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총총,
유독 돌아다는 걸 좋아했다. 주변 사람들이 늘 해주던 말,
"너는 역마살이 껴있는 게 분명해."
그렇다.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나였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에 나에게 쉼이란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로 이어지는 사람이었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하루에도 이곳저곳 쉼 없이 다닌다. 혼자 다닐 때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여기저기 다닌다. 뭘 보고는 다니는지 체류시간이 길지 않은 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참 시간을 아까워하는 걸 많이 느끼게 된다.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 할 때 한 가지만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말이 조금 새어나갔지만 글을 쓰다 보면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이 순간순간이 너무 즐겁고 재밌다. 여유 없는 삶, 조급한 삶. 장점과 단점이 스쳐 지나간다.
뭐 그렇게 나는 흔히 말하는 빨빨대면서 돌아다니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내 모습을 좀 더 귀여운 느낌으로다가 "총총"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나의 "킁킁총총"의 의미가 만들어졌다.
작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닉네임은 아니라고 느껴지지만, 특히 내가 쓰는 글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름이지만 나는 이 이름이 좋다. 언제까지 쓸지 모르겠지만 나를 설명하는 좋은 단어가 생각난다면 그때는 다시 고민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