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시기

괜찮아. 이런 모습도 나니까.

by Biiinterest

24.05.11(토)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요즘 자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핸드폰의 연락처를 뒤적뒤적한다.

예전에는 정말 만날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이가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되니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사라짐을 몸소 느낀다. 평택에 내려오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이곳을 떠나 부천에서의 하루나 여기에서의 하루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만날 사람이 딱히 없으니 늦잠을 잤다. 그래도 다행히 이른 저녁(?)을 함께 해 줄 사람이 있었다. 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러 갔다. 매운 게 당긴다며 마라탕을 꽤 매운 단계로 주문해서 먹었다. 매운 음식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기는 날들은 종종 있었다. 그러다 지나친 음주에 위가 부담스러우니 술은 못 끊겠고 매운 음식을 먹지 말자는 생각에 안 먹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마라탕이 식도를 타고 위에 들어오는 순간 아차했다. 하지만 입에 풍기는 매운 통각은 꽤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매운맛, 술을 줄인 요즘은 종종 먹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날 마신 술이 생각보다 숙취가 없었지만 사실 밥보다는 커피가 먹고 싶단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기로 하던 찰나 지후와의 카톡 때문에 큰 소리로 웃게 됐다. 앞에 있던 누나는 뭐냐고 묻는다. 다행히 지후를 아는 누나였기에 특별한 설명 없이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숙박료 및 오늘 하루 그래도, 기분이 좋길 바라며. 건강한 정체성을 가진 지후가 보냄."


자취를 하고 싶어 하는 지후에게 집이 비었으니 자취 체험을 권하며 집에서 자라고 권했다. 그리고 마침 일터에서 좋지 않은 일로 지후와의 통화에 꽤 거친 표현으로 하소연을 했던 터라 나의 하루를 걱정해 주던 지후였는데 이런 센스를 발휘한 것이다. 특히, "건강한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웃긴 건지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웃고 있는 내 모습에 다시 한번 그의 표현력에 감탄한다. 덕분에 웃었다고, 고맙다고 말하니 역시나 웃으라고 일부러 썼다는 말에 한 번 더 감동을 받았던 하루. 우리 사이는 꽤 괜찮은 관계이지 않나 싶다.


아, 이렇게 쓰다 보니 요즘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지후의 금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같이 금주하자고 했지만 몰래 마시는 나이지만 앞에서 티 내지 않는다. 금주가 끝났을 때 말해야지... "사실 나는 중간중간 마셨어 하하하"


덕분에 한결 좋아진 기분으로 카페에서 가볍고도 진지한 수다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평택을 떠나 다시 부천으로 돌아가는 길, 조금 가벼운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다시 찾아왔다. 집에 누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답답함. 책을 읽어도, 영상을 봐도 무엇하나 집중되지 않는 순간. 이럴 땐 그냥 자는 게 최고인데 잠조차 자고 싶지 않은 기분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요즘 지나치게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꽤 스트레스가 되다가도 이게 나라는 사람이란 생각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냥 그런 시기이지 않을까?"


나에게 필요한 건 이렇게 나의 감정을 적는 행위이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고 이 글들을 다시 읽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꽤 비웃고 있지 않을까.

별것도 아닌 일에 이러고 있었다는 자신이 웃겨서 말이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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