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본템은 무엇일까?

좋은 아이템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by Biiinterest

24.05.13(월)

"나의 기본템은 뭘까?"


오늘도 역시 나의 최애 팟캐스트가 오늘치 생각거리를 안겨줬다. 내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기본템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떠오르는 것은 "어정쩡함"이었다. 표현이 부정적인가? 풀어서 생각해 보면 무엇이든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특별하게 못하는 것도 없다. 좋게 말하면 못하는 게 없다. 나쁘게 말하면 잘하는 것도 없다. 공부, 운동, 게임 등 그냥 일상에서 무엇을 해도 딱히 못하는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적절한 상위권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어떤 운동을 해도 반 또는 과 대표 선수로 나갈 정도의 수준은 갖추고 있었다. 농구, 축구, 배구 뭐 뛰어난 부분은 없었지만 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1등을 한 과목은 없다. 하지만 1등급을 하는 과목은 대다수였다. 그렇게 전교 1등을 우연히 해본 적도 있었다. 제일 좋아했던 게임에서도 그랬다. 스타크래프트를 한창 좋아했던 나에게 공식 대회로 학교별 대항전 팀전을 나갔었다. 교내에서는 1등으로 대항전을 출전했고 역시나 1등을 했다. 그렇게 시에서 주최하는 대회까지 1등을 했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는 친구와의 경기에서 처참하게 지고난 후로는 나의 재능은 역시...라고 느꼈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재수 없다고 아니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시절 그게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분명 좋았다. 항상 막차까지 술자리에 있었던 내가 가장 성적이 좋았으니 말이다. 부모님도 맨날 놀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여서 자주 핀잔을 주었지만 시험 결과를 보면 크게 잔소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꽤 좋은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던 일을 다 하고 살았던 나에게 20대 후반 이 능력이 상당히 쓸모없는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못 하는 게 없으니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해보고 싶었고 정말 많은 도전을 했다. 도전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늘 끝맺음이 흐릿했고 무엇이든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 드물었다. 도전을 하고 성공이냐 실패냐 무언가 또렷한 결말을 내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이 어정쩡함이 성적이라는 끝맺음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스타트업에 도전했을 때, 꽃 집을 차리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 과외와 학원에서 교육업으로서 나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 요식업에 뛰어들었던 순간들 이 외에도 머릿속에 스쳐가는 많은 순간들 나는 진심을 다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렇게 쌓인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내 모습에 초라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도대체 뭘 잘하지?" 정체성에 혼란이 온 것이다. 지금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때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좀 더 커진 정도일까. 그렇게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나에게 오늘 이 질문은 나를 더 파고들게 만든 순간이었다.


과거의 나의 아이템이 '어정쩡함'이었다면 현재의 나의 아이템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의 과거의 아이템 '어정쩡함'이 당연히 현재에도 가지고 있다. 이 아이템을 다르게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못하는 게 없다는 장점과 뛰어나게 잘하는 게 없는 단점. 잘 조합해 보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이 찾아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쓰고 생각하고 말하고 읽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 잡다하게 하는 게 나의 장점이니까. 좋아. 하는 거야. 할 수 있어.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 지후가 나에게 늘 해주던 말이 떠오른 늦은 새벽.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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